경찰이 흉악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제도 확대에 나섰다. 피의자들의 현재 모습을 공개하고, 이동 시엔 얼굴을 가릴 수 없도록 했다. 다만 국민적 관심사인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 의무화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의결이 연기됐다.
국가경찰위원회는 18일 오후 정기회의에서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 개정안을 원안 의결했다. 이번 개선책에서는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사진·영상물 또는 경찰관서 이동 시 자연스럽게 노출된 얼굴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모자·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신상공개 결정 시에는 기존의 구두 통지 외 서면 통지도 의무화했다.
다만 머그샷 의무화 등을 규정한 개정법안은 이날 국회 법사위 처리가 불발됐다. 법사위는 당초 이날 전체회의에서 신상정보 공개 대상 범죄 확대 및 머그샷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킨 뒤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의결이 연기됐다. 해당 법안은 중대범죄자에 대해 신상공개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수사 기관이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내용으로, 필요한 경우 강제 촬영이 가능하다. 신상공개 대상 범죄는 기존 특정강력범죄·성폭력 범죄뿐만 아니라 내란·외환, 범죄단체조직, 폭발물, 현주건조물방화, 상해와 폭행의 죄 일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마약 관련 범죄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상정보 공개 결정 고지 이후 피의자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은 5일로 했다. 시행일은 공포 후 6개월 후에서 3개월 후로 앞당겼다.
흉기난동 사건이 거듭 일어나면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확대에 대한 여론은 높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7474명 중 96.3%(7196명)가 신상공개 확대에 찬성했다. 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머그샷 공개에는 95.5%(7134명)가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신상공개 제도 확대 및 머그샷 의무화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상공개 의무화는 진작 돼야 했던 것인데 늦었다”며 “결국 국민 여론에 밀리고 피해자 유가족들의 눈물이 바탕이 돼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강력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의무화는 사법 정의에 부합하고, 국민의 알권리에도 충족된다”며 “범죄 발생에 대한 억지력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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