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30년’(1990년 이후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진 현상) 시기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높은 수준의 부채와 인구 구조, 대외 환경 등 과거 일본이 겪지 못했던 난관에 중국이 맞닥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거론하며 현재 중국과 30년 전 일본은 높은 수준의 부채와 인구 고령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더불어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 징후 등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오랜 기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대출과 지출을 늘리려는 정부 노력에도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수출 강국으로 성장하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과 주식시장 거품이 터지면서 경제가 타격을 입은 것과 비슷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금리를 사실상 0% 수준까지 인하했다. 하지만 소비자와 기업들은 신규 지출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차입 대신 부채 상환에 나섰다.
거기에 일본에 없던 문제들을 중국이 직면했다며 과거 일본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부채, 인구 구조, 지정학적 긴장 등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방정부를 포함한 중국의 총 공공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5%다. 1991년 일본 부채(GDP의 62%)보다 훨씬 높다. 중국 인구도 일본보다 빠르게 고령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일본은 거품 붕괴 후 약 20년 뒤 인구가 감소세였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외 환경도 당시 일본보다 나쁘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이 첨단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에 대중국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난해 급감했다.
조안나 추아 씨티그룹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중국의 정책 대응은 경제를 '일본형 경제 불황(Japanification)'의 길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완만한 금리 인하를 포함해 단편적 대응책만 내놓으며 대규모 경기 부양책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반면 중국 자산 거품이 과거 일본보다 크지 않다며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부동산 가치가 2014년 GDP의 170%에서 2020년 260%로 정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도 2021년 GDP의 80%로 고점 기록 후 현재 67% 수준이다.
일본은 토지 가치가 1990년 GDP 대비 560%에 달했다 1994년 394%로 떨어졌다. 도쿄 증권거래소 시총은 1982년 34%에서 1989년 142%로 늘었다. 이에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이 불황에 갇혔다는 우려는 지나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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