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나팔고둥이 울릉도 내 복수의 횟집에서 식용으로 불법 판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의 적극적인 해양 멸종위기종 보호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경북 울릉도 오징어회타운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해양수산부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인 나팔고둥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이 시민 제보를 받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활동가와 함께 지난 2일 현장을 확인하자 3개 횟집에서 나팔고둥이 발견됐다. 대부분 식당이 나팔고둥을 '해방고둥'으로 부르며 판매 또는 보관해왔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나팔고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고둥류 생물로, '바다의 해충'이자 해양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거의 유일한 천적으로 알려져 있다. 나팔고둥을 보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죽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더 무거운 형에 처한다.
울릉도에서의 이 같은 유통 행태는 지난달 25일 MBC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 나팔고둥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출연자가 수족관에 전시된 나팔고둥을 손으로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으나,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이 장면이 삭제됐다.
환경부와 해수부는 거문도 등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나팔고둥이 유통되는 사례가 발견되자 지난해 7월 식용 고둥을 어획하는 과정에서 나팔고둥의 혼획·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 홍보와 현장 계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합동 보호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은주 의원실이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정부 합동 보호 대책이 발표된 직후 일부 지역에서 홍보 활동이 진행됐을 뿐이었다. 두 부처는 대책 발표 후 전국 실태조사 등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울릉도를 관할하는 대구지방환경청 역시 1년이 넘도록 아무런 홍보·계도 활동을 펼치지 않다가, 국민신문고에 나팔고둥 불법 판매 민원이 올라오면서 지난 13일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매번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요란하게 문제해결을 할 것처럼 홍보만 하고, 뒤돌아서면 그걸로 끝”이라며 “정부 합동 대책이라면서 멸종위기종이 어디서 어떻게 불법 유통·판매되고 있는지 전수조사조차 안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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