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 상무 "사장님도 관심갖는 LG랩스…'LG가 이런 것도?' 생각 자리잡길"

김효은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브랜드매니지먼트 상무 인터뷰

LG랩스, 혁신 제품 시장 검증·마케팅 지원
조직 안에서 도전 정신 키우는 역할
"소비자의 좋은 삶 위하는 회사 만들 것"

"LG가 이런 것도 하네?"


더 나은 삶(Better Life)을 위한 LG전자의 실험이 시작됐다. 상식을 깨고, 틀을 깨고, 아이디어를 깨워, 실험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통해 더 좋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험실의 이름은 'LG랩스'다.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는 LG랩스의 중심에는 김효은 글로벌마케팅센터(GMC) 브랜드매니지먼트 담당 상무가 있다. 지난 2021년 LG전자에 영입된 김 상무는 글로벌 기업 P&G 출신의 브랜드 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김 상무를 직접 만나 LG랩스를 요목조목 살펴봤다.

LG랩스는 LG전자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선정해 신사업 후보들의 신속한 시장검증 및 마케팅·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사내 독립 기업인 CIC(Company In Company) 등에서 발굴한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 서비스, 마케팅 활동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올해 초 미국 CES 2023에서 LG랩스관으로 최초 공개해 큰 관심을 받았다.

김효은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브랜드매니지먼트 담당 상무. [사진제공=LG전자]

김효은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브랜드매니지먼트 담당 상무.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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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는 "LG전자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멋있는 것들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를 두고 여러 부서들과 논의하다가 랩스를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LG랩스에서는 수면 관리 솔루션 '브리즈'와 공유 모빌리티 무선 충전 스테이션 서비스 '플러스팟', 디지털 가상신발 '몬슈클' 등 전에 없던 제품을 팔고 솔루션을 서비스 중이다. 브리즈와 몬슈클은 국내 판매 중이며, 플러스팟은 수원과 세종에서 운영 중이다. 플러스팟은 조만간 울산, 전주, 인천, 안산, 용인 등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김 상무는 "(이전 회사인) P&G에서는 소비자의 삶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며 "소비자 인사이트를 개발 부서에 전달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전형적인 TV나 SNS 광고 등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 등 P&G의 소비자 중심 브랜드 빌딩을 랩스에도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LG랩스는 글로벌 웰니스 페스티벌 '원더러스트 코리아 2023', 메타버스 연계 오프라인 뮤직 페스티벌 '이세계 페스티벌' 등에 참가했다. LG랩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LG전자가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방식이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소통하는 것은 덤이다. LG랩스는 고객 접점을 늘려가기 위해 이달엔 하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 BTS편 시즌2'의 평창 촬영지에서 색다른 숙박 경험을 줄 수 있는 프로모션과 10월엔 국내 최대 캠핑·아웃도어 페스티벌 '고아웃 캠프' 등에 참가할 예정이다.

LG전자의 마인드 웰니스 솔루션 '브리즈'를 착용한 가수 빅나티.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의 마인드 웰니스 솔루션 '브리즈'를 착용한 가수 빅나티.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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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는 "큰 기업에서는 '실패해도 된다'라는 마인드를 갖기 어렵다"며 "하지만 LG랩스는 시도해보고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패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도전 정신을 조직 안에서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LG랩스가 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실험적이거나 혁신적이거나, 고객의 삶을 더 좋게 할 수 있는 포텐셜이 있느냐, 이 세 가지다.


선정한 제품들도 100% 출시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지난 CES 당시 LG랩스는 웨이트 트레이닝 솔루션 '호버짐', 실내 라이딩 '익싸이클' 등을 선보이려 했지만 아직 준비 중이다. 김 상무는 "(LG랩스에서 진행하는 제품은) 다른 제품들처럼 '시간에 맞춰 무조건 만들어야 해'라는 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라며 "소비자 반응이 덜하다면 그걸 아는 것도 귀한 배움이라고 생각해서 ‘CES에서 보여줬는데 왜 안나와’하는 반응은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달 26~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글로벌 웰니스 페스티벌 '원더러스트 코리아 2023'에서 색다른 주거공간  '본보야지'를 처음 선보였다. '본보야지'는 이동성이 가미된 고객 맞춤형 주거공간으로, 약 6평 크기의 복층 개방구조로 설계됐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정박할 수 있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는 지난달 26~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글로벌 웰니스 페스티벌 '원더러스트 코리아 2023'에서 색다른 주거공간 '본보야지'를 처음 선보였다. '본보야지'는 이동성이 가미된 고객 맞춤형 주거공간으로, 약 6평 크기의 복층 개방구조로 설계됐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정박할 수 있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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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연령층 역시 다양하다. 김 상무는 원더러스트 행사에서 처음 선보였던 이동형 주거공간 '본보야지'에 관심을 갖던 한 노부부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신문에 조그맣게 난 걸 보고 시흥에 사는 한 노부부가 행사 오픈 1시간 전부터 찾아왔었다"며 "'체험을 해보고 집 마당에 세컨하우스로 놓으면 좋을 거 같아 왔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실제 본보야지를 보고 너무 좋아하셨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랩스를 하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며 "젠지(Gen Z, Z세대)뿐만이 아닌 다양한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LG랩스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 상무는 "사장님이 종종 LG랩스에 관해 물어보시는 등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다"며 "LG랩스의 정신을 처음부터 밀어주고 동의를 해주셨기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시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랩스의 수익모델은 아직 검토 중이다. 김 상무는 "내부적으로 고민은 하고 있지만, 수익이나 사업성을 얘기하기엔 조금 이르다"라며 "수익을 위해 한다기보다 LG가 새롭고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는 생각이 회사 내부에 퍼지는 단계"라고 말했다.


LG랩스의 최종 목표는 LG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키우는 것이다. 김 상무는 "LG랩스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소비자가 LG전자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혁신하고 도전하는, 소비자의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 라이프스굿(Life's Good)을 실현하는 회사'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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