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 이종환교육재단의 설립자인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3일 새벽 1시 48분께 101세의 나이로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창업 1세대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생존했던 인물이며, 평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관정 이종환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고(故) 관정 이종환 삼영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보낸 조화가 양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제공=주소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고인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다. 다만 관정장학재단 측에서는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는 의견을 밝혔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정·재계와 학계 등 인사들의 조화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HD현대 권오갑 회장, 유홍림 서울대총장 등이 보낸 조화도 속속 도착해 빈소에 자리했다.
조문 행렬은 이 회장이 태어나 자란 고향인 경남 의령군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 생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오태완 의령군수를 비롯한 친인척, 마을 주민 등이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회장은 1923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고를 졸업하고 1944년 일본 메이지대학교 경상학과를 2년 수료했다. 이후 학병으로 끌려가 소련·만주 국경과 오키나와 등을 오가며 사선을 넘나들다가 해방을 맞았다.
1959년 삼영화학공업 주식회사를 창업했고, 현재 삼영중공업 등 10여 개의 회사를 거느리는 삼영그룹으로 발전시켰다. 이 회장은 별세하기 직전인 9월 말까지 100세의 나이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재단 운영은 물론 그룹 계열사들의 생산 영업 현장까지 손수 챙겼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우리나라 최초로 4000억원의 사비를 털어 장학기금을 조성해 대한민국의 인류 발전을 위한 1등 인재 육성을 목표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이 회장이 장학재단에 지금까지 출연한 자산은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관정 이종환 명예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 20일 오후 경남 의령군 용덕면 생가에서 열린 100세 상수연 기념으로 건립한 ‘관정재’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제공=주소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그는 지난해 11월 의령 생가에서 열린 상수(上壽·100세) 축하 행사에서 “정도(正道)의 삶을 실천하라”라는 어록을 남겼다. “제 100년 인생을 단 한 마디로 총결산한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정도(正道)의 삶을 실천하라. 정도가 결국 승리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정교육재단이 내 사후에도 영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끝까지 경영 일선에서 계속 뛰다가 하늘이 부르면 가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다”라고 했다.
‘아시아 최고 기부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관정 이종환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최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Challenge, Creativity, Contribution’이라는 3C 장학이념에 충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연이공계 학생들을 집중 지원해 대한민국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고인의 이같은 열정으로 재단은 매년 국내외 장학생 1000명에게 총 15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아시아 최대 장학규모로 발전했다.
관정재단 장학생 수는 지난 23년간 1만2000여명에 이르고 박사학위 수여자도 750명에 달한다. 총 장학금 지급액은 2023년 현재 2700억 원에 이른다. 관정은 2012년 당시 600억원을 투척해 서울대에 총면적 2만5834㎡ 규모의 전자도서관을 지어주었고, 중국 5대 명문 저쟝(浙江)대학에도 관정 장학생 50명을 지원했다.
이종환 회장의 장례는 3일장으로 진행되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 30분이다. 장지는 경기도 의왕시 선영이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장남인 이석준 삼영그룹회장을 비롯해 1남 4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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