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증시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코스피·코스닥 합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만 총 1조11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일일 외국인 투자자금이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간에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총 1860억원 순매도했다. 이어 에코프로비엠(-1750억원)·LG에너지솔루션(-1130억원)·엘앤에프(-840억원)·POSCO홀딩스(-820억원)·CJ(-740억원)·포스코퓨처엠(-550억원) 등 순이다. SK하이닉스와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등은 연초 대비 주가가 약 2~3배 뛴 종목들이다. 이차전지 테마 광풍이 시들해진 후 최근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잃은 가운데, 올 들어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 위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월별 거래 실적 추이를 살펴봐도 지난달(7430억원 순매도)에 이어 두 달 연속 매도 우위다. 9월 들어서는 전날까지 318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월별 거래 실적도 올 들어 처음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초 조 단위의 역대급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자 성향을 보이는 기관 투자자도 이달 들어서만 6370억원치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의 주요 요인으로 금리를 지목하고 있다.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6%로, 지난 3월2일(3.87%) 당시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증시가 조정과 반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악재 소멸과 함께 증시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지만, 악재가 나와서 주식이 조정받는 게 아니라 채권, 특히 단기금리 대비 주식의 매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악재에 취약하다는 데 조정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벤트가 산적한 10월 말까지는 정체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하반기 증시를 보수적 관점에서 2480~2590포인트의 박스권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코스피의 연내 2600선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 최근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미국의 긴축 종료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가 발행한 9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묻는 질문에 '내년 하반기'라고 답한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앞서 9월 서베이에서는 '내년 2분기'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었는데,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향후 12개월 경기 흐름에 대해서는 확장될 것이란 응답률보다 위축될 것이란 응답률이 53%포인트 앞섰다. 전월(45%포인트)에 비해 경기 자신감이 약해졌다.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주식 비중은 낮추려는 경향이 강해지므로 통상 증시에는 악재로 해석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뒤로 미뤄졌다는 게 기관 투자자들의 판단"이라며 "경기 자신감이 약해지는 데도 신속한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지 않을 경우, 높은 할인율 환경에서 성장 기대가 약해져 주식에는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달러 강세와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국제유가도 불안 요인이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한 미국 달러지수는 지난 7일 105를 돌파하는 등 지난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달러화 약세 및 주식시장 강세가 진행됐으나, 하반기 들어 달러화 강세와 함께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했다"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시장 위주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유가 영향력은 내주 FOMC까지 경계감을 키울 전망"이라며 "성장주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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