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새의 조상은 약 1억5000만년 전 살았던 시조새 (Archaeopteryx)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식을 깨는 새로운 화석이 발굴돼 관심을 끌고 있다. 조류가 시조새로부터 진화해온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오던 중이었다는 것이다. 새는 공룡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공룡'의 일족이라는 주장에 새로운 근거가 하나 추가됐다는 평가다.
중국 푸젠성 푸젠지질조사연구소 연구팀은 6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새로운 종류의 조류형 수각류(avian theropod) 화석을 발굴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공룡은 약 6600만년 전 대부분 멸종했지만, 3개의 발톱을 갖고 뼈 가운데가 비어 있어 몸무게가 가벼운 벨로시랩터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등의 수각류(두 발로 걷는 공룡)들은 오늘날의 조류로 진화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특히 대부분의 학자들은 1861년 독일 광산에서 발견된 시조새 화석을 근거로 약 1억5000만년 전에 깃털 달린 공룡, 즉 조류가 처음으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2022년 중국 남동부 지역 푸젠성 난닝 인근에서 발굴돼 '푸젠베나토르 프로디지오수스(Fujianvenator prodigiosus)'라는 이름이 붙은 조류형 공룡 화석을 분석한 결과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공룡은 시조새와 비슷한 시기인 1억5000만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상하게도 무릎 아래가 가늘고 긴 다리를 갖고 있어 빠르게 달릴 수는 있지만 비행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네이처는 이를 근거로 "이미 시조새가 살고 있었던 시기에 조류형 공룡들이 각기 다른 종류로 다양하게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발굴한 푸젠베나토르의 화석은 머리와 꼬리의 일부가 없고 몸통과 팔다리만 남아 있다. 하지만 손가락의 길이가 길고 골반과 척추의 형태 등 다른 조류형 공룡과 유사한 여러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의 분석 결과 푸젠베나토르의 전체적인 골격은 조류처럼 비행을 할 수 있을 만한 구조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견갑골이 짧고 손가락의 구조와 모양도 비행보다는 사냥감을 움켜쥐는 데 더 특화돼 있었다. 가장 특이한 것은 푸젠베나토르의 지나치게 길쭉한 다리였다. 경골(무릎 아래쪽 다리뼈)이 허벅지 뼈보다 두 배나 더 길었다. 이런 구조의 다리는 푸젠베나토르가 빠른 속도로 땅에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류 중엔 잘 날지는 못하지만 땅에서 시속 22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땅뻐꾸기류(roadrunnerㆍ학명 Geococcyx )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푸젠베나토르가 늪에서 먹이를 사냥하면서 미끄러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같은 다리 구조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실제 푸젠베나토르가 발굴된 장허 유적군에선 물고기, 거북이나 다른 수생 파충류의 화석들이 함께 출토됐다.이처럼 푸젠베나토르의 특이한 다리 구조가 늪 생활에 대한 적응이었는지 아니면 고속 달리기를 위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발가락의 끝에 물갈퀴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조사하면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화석에는 발가락 끝 부위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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