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석유값 급등에 물가 다시 3%대…한달 새 2.3→3.4%

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동향
확 줄어든 석유가격 하락 폭
폭염·폭우에 농산물 가격도↑
"오는 10월 다시 2%대 전망"
물가안정 총력 대응나선 정부

장마와 태풍으로 사과를 비롯한 과일과 채소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장마와 태풍으로 사과를 비롯한 과일과 채소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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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한 달 전보다는 1.0% 뛰어 전월 대비 기준으로 2000년 9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유가가 최근 다시 급등한 데다 폭우와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까지 불안정한 탓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에는 큰 변동이 없는 만큼 10월부터 다시 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서비스 등이 모두 오름세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111.20)와 비교하면 1.0% 뛰었다. 7월 물가상승률(2.3%)보다는 1.1%포인트 오른 수치다.

석유가격 하락폭 확 줄었다…폭염 폭우에 농산물 가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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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에 달한 이후부터 하향세를 그려왔다. 바로 다음 달 5.7%로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올 1월에는 5.2%로 내려왔다. 지난 7월에는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달 23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는 다시 3%대 중반이었던 지난 4~5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8월 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석유류가 꼽힌다. 석유류는 전년 대비 11.0% 하락했다. 이는 지난달 하락 폭이었던 -25.4%보다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둔화하자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로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 폭이 2.3%에서 3.4%로 오르는데 석유류가 (상승분의) 약 80%를 차지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석유류 가격이 빠르게 안정세에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계절적 흐름이나 추세를 보이는 다른 품목과 달리 국제유가는 과거 흐름을 보고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심의관도 “8월 중순부터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오르기도 한다”면서 “이번 달만큼 (석유류가) 오를 것 같지 않지만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유가정보 게시판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유가정보 게시판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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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상업거래소와 영국 ICE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4일 이후 연일 상승하면서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고,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최근 88달러를 넘었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89달러로 9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5월 배럴당 73~75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7월 80달러를 넘었고, 최근에는 85~89달러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에 상승 압력을 준다.


집중호우 등 기상 여건 악화도 물가를 자극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중 농축수산물은 2.7%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일조량과 강수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과(30.5%), 수박(18.6%), 복숭아(23.8%) 등의 가격이 올랐다. 고구마(22.0%)와 고등어(9.7%) 등의 상승 폭도 컸다.


이에 따라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가 7월 1.8%에서 지난달 3.9%로 급등했다. 상승폭은 4.4% 올랐던 지난 3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에서도 식품지수상승률이 4.7%로 식품이외지수상승률(3.3%)보다 높았다. 신선어개와 채소, 과실 등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 역시 전월 대비 9.9%, 전년동월 대비 5.6% 올랐다.


"오는 10월 다시 2%대로 내려간다, 물가안정 총력 대응"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경남 거제시 내 한 횟집에서 동행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경남 거제시 내 한 횟집에서 동행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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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근원물가에서 큰 변동이 없는 만큼 지난달 물가상승률 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활용 중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동월비 3.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같은 기간 3.3% 상승했다. 두 지표 모두 상승률은 전월과 같다.


오는 10월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2%대로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추석 성수기에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어 약간의 등락이 있을 수 있겠지만 3%대 초반대로 예상한다”면서 “10월부터는 빠르게 안정돼 늦어도 10월, 11월, 12월은 2%대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은은 향후 국제유가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 등 물가, 민생 안정 총력 대응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 등 물가, 민생 안정 총력 대응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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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급등한 물가를 빠르게 안정화하기 위해 품목별 가격·수급동향 점검과 함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배추와 무는 비축분을 1만1000톤 방출하고, 닭고기(3만톤)와 돼지고기(1만5000톤)의 할당관세도 추석 전 최대한 도입할 계획이다.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행사도 역대 최대규모인 670억원을 투입해 오는 28일까지 진행한다. 20대 성수품 가격은 지난해보다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관리한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0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면서 “지난주 발표한 추석민생안정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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