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산유국 감산에 떠는 국제유가…연말까지 물가 3%대

추석·폭염에 국제유가까지…물가 불안
사우디 감산 지속, 유가 올해 최고 수준
2~3주 시차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
中경기 둔화, 美외교 노력은 하방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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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올해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완만하게 안정을 찾아가는 중인 국내 경기와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 가격 상승과 추석 연휴로 가뜩이나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국제유가 흐름이 하반기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5일 뉴욕상업거래소와 영국 ICE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4일 이후 연일 상승하면서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고,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최근 88달러를 넘었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89달러로 9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단 몇개월 전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5월 배럴당 73~75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7월 80달러를 넘었고, 최근에는 85~89달러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을 준다. 이미 국제유가가 올해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국내 정유주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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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감산, 美금리동결 기대…유가↑

유가가 다시 오르는 것은 공급측 영향이 크다. 세계 1,2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인위적인 공급 축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감산에 매우 적극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지난해 10월 200만 배럴, 올해 4월 166만 배럴을 감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7월부터는 하루 100만 배럴의 독자적인 추가 감산도 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중이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감산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사업의 핵심인 초대형 미래 도시 네옴시티 건설 사업에는 5000억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사우디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소 80달러 이상을 유지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10월에도 감산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전날 "8월과 9월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이어오고 있는 사우디가 감산 연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는 10월 OPEC+ 회의에 앞서 러시아도 이번주 새로운 원유 수출 감산액을 발표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50만배럴, 9월 30만배럴을 감산했는데, 이번 추가 감산 규모에 따라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Fed의 긴축 종료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실업률이 3.8%로 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고용이 둔화돼 Fed의 긴축 기조가 꺾이면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는데, 이 경우 통상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의 상대적인 가격 매력도가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오른다.


경기도 안성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방향 주유소에 차량이 주유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기도 안성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방향 주유소에 차량이 주유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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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기 둔화는 국제유가 하락 요인

한은은 지난달 24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브렌트유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배럴당 평균 84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하반기 82달러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전망 대비 소폭 낮아진 것인데, 여기엔 중국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은 최근 부동산 경기와 소비가 크게 위축됐는데, 이는 글로벌 원유 수요를 줄여 지난 수개월간 국제유가 하방 압력을 키웠다.


다만 최근 중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어 앞으로도 유가 하락이 이어질 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중국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무주택자에게 계약금과 이자 우대 혜택을 주는 등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인민은행도 자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 지급준비율을 내리면서 유동성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정석 국금센터 전문위원은 9월 국제원자재 시장 동향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 위기론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국제유가는 중장기 시계에서 항공 등 연료유 부문의 수요 호조 등으로 강세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원유 수요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회복세 약화가 유가 전망을 낮추고 있다"면서도 "원유 수요는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서 국제유가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란이 앞으로 계속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도 유가 하락 요인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감산에 대응해 적대 관계인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까지 원유 수출 대열에 합류시키 위해 노력 중이고, 이란도 실제 증산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핵무기 개발 등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협력이 어느정도 이뤄질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당분간 이란의 원유 수출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의무가 없는 이란의 생산량이 8월 기준 2018년 이후 최대 수준인 315만배럴로 증가했다"며 "(원유) 공급이 더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강세를 이끌만한 요인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인데,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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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추가 상승 리스크, 가장 나쁜 뉴스"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7월 2.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엔 국제유가 흐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7월 물가가 크게 내려간 것도 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22.8%)와 경유(33.4%)가 1년 전 대비 대폭 하락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방문 전 기자들과 만나 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해 "8~9월은 3%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가 올랐고, 그게 국내유가에도 많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가 상승은 물가에 영향을 줘 Fed와 한은의 추가 긴축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감산 정책 지속 우려가 고용지표 둔화 등에 따른 물가 둔화 압력을 희석시키면서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중국 수요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원유시장 내 수급, 재고 불안으로 인한 유가 추가 상승 리스크가 현시점에서 가장 큰 나쁜 뉴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는 폭염이나 미국 허리케인 등 일시적 요인도 있었던 만큼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속 수요의 점진적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상승 재료가 소멸된 이후 유가는 80달러 전후로 예상된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로 미국의 외교적 노력 강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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