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시장은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부실 관리를 꾸준히 해 온 대형은행은 버틸 여력이 충분하지만, 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중론이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의 올해 상반기 손실 규모는 489억위안(약 8조87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226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비구이위안은 "그룹의 유동성은 판매,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실적이 계속 악화하면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그 결과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다음 달 2일 만기가 돌아오는 39억 위안 규모의 채권에 대해 거치기간 40일 연장을 채권자들에게 요청키로 했다. 막아야 할 채권 원리금은 총 157억200만위안으로, 다음 달 초 39억위안짜리 채권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만기가 줄줄이 도래한다. 지난 7일 지불하지 못한 달러 채권 이자 납부도 유예기간(30일) 시한 종료가 임박한 상태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추후 더 많은 민간 개발업체들의 부실화와 중국 은행업 분야의 자산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부동산 위기 심화로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동산 금융의 약 10%인 1조9000억위안이 부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대형 은행들의 경우 완충 자본이 충분해 회복력이 있으나, 중소형 은행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중형 규모인 주식제 상업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1.1%포인트 증가해 대형은행인 국유 상업은행(0.4%포인트)보다 3배 가까이 크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최근의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현지 4대은행인 중국·공상·건설·농업은행과 초상은행의 비구이위안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2021년 기준 각각 300억~480억위안으로 총자산의 0.09~0.37%에 불과하다. 총대출 비중을 살펴봐도 0.16~0.71%에 그친다. 초상은행의 경우 비구이위안을 최대 기업고객으로 두고 있어 다른 은행 대비 비중이 익스포저 및 대출 비중이 다소 높은 정도지만, 역시 1%를 넘기지 않는다. 또한 현지 은행들은 지난 몇 년간 부동산 부문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NPL 대비 15% 정도로 확대해왔다.
자금난으로 투자자들에게 신탁상품 지불을 중단한 중룽신탁 사태 역시 대주주인 징웨이섬유기계가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상황이 악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 내 신탁펀드의 운용자산은 지난 1분기 기준 21조2000억위안 수준으로 은행시스템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로 크지 않다. 아울러 신탁상품 대부분이 만기시에만 환매가 가능한 폐쇄형이라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투매 현상은 차단된 상태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