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타협無" 안재홍은 어떻게 주오남을 삼켰을까

배우 안재홍 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주오남役
만화적 특성 지우고 일상적 인물로 표현
"뜨거운 반응 예상 못 해…초심 떠올라"

안재홍[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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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가르마를 따라 두피가 하얗게 드러난다. 주글주글한 이마 위로 성성하게 빠진 머리카락, 불룩하게 나온 배를 휘감은 각진 벨트가 눈에 들어온다. 배우 안재홍(37)은 그렇게 주오남이 됐다. 최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마스크걸' 예고편에 불과 2초 등장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퇴근 후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인 회사원 주오남은 BJ 마스크걸 김모미에 대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간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예고편에서 주오남이 복도 장면에서 춤추려는 순간이 스치듯이 나왔는데 화제가 됐다"며 "이토록 뜨겁게 반응해주실 줄 몰랐다"고 했다. 강렬한 외형 변신에 앞서 각오도 단단히 했다. 그는 "굳은 마음이 필요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안재홍은 "흔들리지 말고 새로운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이 정도만 하자'고 타협하지는 않았다. 대본 속 주오남을 생생하게 그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30일 넷플릭스 톱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조회수 740만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머리카락 어떻게 한 거야?"

'마스크걸'이 공개된 후 안재홍이 주변 배우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메시지다. 그는 "많은 분이 주오남의 외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머리카락을 뽑은 게 아니라 가발을 착용해서 탈모 분장을 했다. 자칫 어색해보일 수 있어서 주름진 이마 라인과 연결된 분장이다. 피부도 붉게 달아오른 모습을 표현했다"고 했다.


'마스크걸' 촬영장 모습[사진제공=넷플릭스]

'마스크걸' 촬영장 모습[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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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분장 테스트를 여러번 거쳐 주오남의 외형이 완성됐다. 안재홍은 첫 분장을 받고 거울을 보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떠올렸다. 그는 "거울을 보고 이게 맞나, 당황했다"며 웃었다.


그는 "셀카도 찍었는데 도저히 못 올리겠더라. 캐릭터로서는 '뭔가 되겠다'는 예감은 들었다. 특수분장을 하고 촬영한 건 처음이었는데, 주오남의 마음가짐이 들어왔다. 눈이 왜곡돼 보이길 바라서 알이 두꺼운 안경을 착용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 했다. 대신 안경알에 지문과 로션을 바르고 뿌연 느낌을 냈다"고 말했다.


뚱뚱하게 나온 배도 분장이었다. 실제로도 살을 찌웠지만, 특수 분장을 통해 강렬한 외형을 완성했다. '마스크걸' 촬영을 마치고 바로 영화 '리바운드' 촬영에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이를 앞두고 10kg을 증량했다. 두 작품 모두 캐릭터상 증량이 요구되는 배역이었다. 안재홍은 "공교롭달까요"라고 운을 떼 웃음을 줬다.


안재홍은 10kg을 일주일만에 찌웠다. 그는 "'마스크걸' 촬영을 앞두고 증량을 했는데, 내내 유지하다가 '리바운드' 촬영에 들어갔다. 주오남은 더 실루엣이 커보이는 캐릭터이길 바라서 특수분장으로 장치를 더했다"고 말했다.


"주오남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감사하고 행복해요. 들뜨는 기분보다는 더 선명해진달까요. 연기자로서 더 잘하고 싶다, 바르게 걷겠다는 마음이 분명해지네요. 다만 주오남은 송종희 분장감독님 작품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실감나는 주오남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안재홍[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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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남은 마냥 가상 인물이 아닌, 현실 속 어디선가 살고 있을 법한 인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 불쾌하고, 극에 몰입하게 한다. 안재홍은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지만 어디선가 있을 법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의 세계가 있을텐데, 주오남은 그 속에서 어떻게 존재할지 상상하며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웹툰을 보고 주오남은 만화적인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극에서 현실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인물로 가져오고 싶었다. 그래야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봐서다. 내면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심연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말투, 눈빛, 표정을 고민했다. 아주 사적인 순간에는 어떻게 달라질까, 사람들과 거의 말을 하지 않을테니 목소리가 늘 잠겨있을 거고. 회사에서는 튀지 않길 바라지만 퇴근 후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인물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안재홍은 배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힘을 지닌 배우다. 사실 그는 '응답하라 1988'(2015) 정봉이, 영화 '위대한 소원'(2016) 갑덕이, '사냥의 시간'(2020) 장호, '리바운드' 양헌으로 오래 기억된다. 배우의 이름보다 배역의 이름을 강하게 새기는 연기자다.


그는 "인물 그 자체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고 했다. 이어 "작품을 대할 땐 인물이 극 안에서 살아있고 정서를 진심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격적인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 느끼는 쾌감도 크지만 현실에 밭붙인, 아주 일상적이고 공감가는 장르 작품도 좋아해요. 무궁무진한 이야기 속에서 배우로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죠. 작품과 정서에 맞는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매번 어렵고 힘든 연기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는 아니예요. 연기를 통해 새로움을 느끼고 싶어요."


안재홍[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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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은 출세작인 '응답하라 1988' 종영 후 아프리카로 떠났다.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2016) 촬영차 납치(콘셉트)를 당해 떠난 여행이었다. 배낭여행을 함께 떠난 쌍문동 4인방 류준열·박보검·고경표는 최근 영화·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30대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당시를 떠올리며 안재홍은 초심을 되새겼다.


"류준열·박보검·고경표는 어쩌면 고향 친구들 같아요. 함께 이름을 알리고 아프리카까지 함께 떠났죠. 여행도 얼마나 신기했겠어요. 특별해요. 그 때 '감사하다'라는 말을 구호처럼 외치며 다녔는데 그게 초심 같아요. 지금도 마음은 같아요. 감사하면서 연기를 더 잘해내고 싶은 게 제가 연기를 계속하는 솔직한 생각이에요. 그때를 떠올리니까 저를 더 다잡게 되네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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