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든 뒤 건강보험료 104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체납자가 2년 만에 붙잡혔다.
28일 TV조선은 지난 4월 건강보험공단 현장징수팀이 체납자 A씨가 사는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에 들이닥친 장면을 공개했다.
A씨는 2005년 불법 의료생협을 만든 뒤, 2014년까지 의료기관 5곳을 설립·운영하며 104억원을 부당하게 취득했다. 사기와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을 살고 2021년 출소했지만, A씨는 그동안 돈이 없다며 한 푼도 내지 않고 버텼다.
건보공단은 2년간의 추적 끝에 A씨가 사는 A씨 자녀 명의의 아파트에 급습했다. A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텼지만, 건보공단은 경찰 입회하에 쇠 지렛대와 전동드릴을 동원해 도어락을 부수고 집안에 들어갔다.
현장징수팀이 집안 곳곳을 샅샅이 뒤지자 A씨 부부는 따라다니며 방해했다. A씨는 "나는 너희들 건강보험 인간들 보면 이게(열이) 올라 지금"이라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고, A씨의 아내는 "돈이 있으면 왜 안 냈겠냐. 앞으로 내겠다고 하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집안에선 현금 4600만원과 상품권 등 5000여만원이 발견됐다. 공단은 나머지 103억여원도 끝까지 추적 환수할 계획이다.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이 출자해 설립된 의료기관으로 출자자들을 위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1994년 경기도 안성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생협이 생긴 이후 꾸준히 의료생협이 늘어났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최소 500명의 조합원이 조합원 1명당 50000원 이상의 출자금을 납부해 출자금 총액이 1억원 이상이 되는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생활협동조합(생협)을 설립할 수 있고, 그 조합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의료생협의 취지는 특정 지역이나 모임 등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500명이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자주·자립·자치적인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생협은 그 취지와 달리 최근 탈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1~2명의 주도자가 주축이 돼 움직이면서 지인들 500명의 동의를 얻어 형식적인 서류만 갖춘 후 불법 의료생협을 설립하고 있다.
이렇게 의료생협이 설립한 불법 개설 의료기관은 지난 12년 동안 357곳이며, 부당수령액은 555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환수액은 221억원으로 4%도 안 되기에 보다 강력한 규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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