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앵무새 카카포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보존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각종 질병 예방·치료가 수월해지고 유전적 다양성 증진 등 효과적인 번식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28일(현지 시각)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앵무새 '카카포(학명 Strigops habroptila)'는 총 개체 수가 250여마리에 불과한 멸종 위기종이다. 뉴질랜드 섬에 사는데, 둥글고 몸이 크며 깃털이 올빼미 같이 생겨 '올빼미 앵무'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날개가 작고 힘이 없어 날지 못한다. 이에 쥐ㆍ고양이 등 외부에서 유입된 천적들에 잡아 먹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뉴질랜드 시민들은 한 마리마다 이름을 붙이는 등 애정을 다해 되살리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근친 교배가 흔해져 각종 유전 질병에 시달리고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 감염증도 퍼지는 등 보존에 애를 먹어 왔다.
연구팀은 기존에 채집돼 있거나 신규 채집을 통해 총 169마리의 카카포 유전체 서열 분석을 완료해 지도화했다. 현재 뉴질랜드 전체에 생존한 카카포 숫자가 252마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개체 수를 대표한다고 할 만큼의 숫자다. 연구팀은 이번 유전체 분석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로 카카포 전체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파악할 예정이다. 특히 어린 개체의 성장이나 질병 등 카카포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DNA 서열을 찾아낼 계획이다.
피터 디어든 오타고대 생화학 교수는 "성장 등 관찰된 특성과 관련이 있는 유전적 변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해당 특성이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면서 "(카카포의 번식을 위한)과제들을 더 일찍 식별하고 수의학적 치료의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개체들로부터 확보한 유전자 데이터들은 각 개체의 위험 요소들을 식별해 개별 앵무새들에게 맞춤형 치료약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멸종 위기 동식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 연구의 중대성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레베카 테일러 '환경과 기후변화 캐나다' 보존유전학 연구원은 "현재까지 멸종 위기종 보호 프로그램은 대부분 근친 교배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하지만 (남은 개체 수가 적은) 심각한 위기종들의 경우 (유전자 지도를 통해) 질병 감수성이나 출산율 같은 건강 특성들을 알아내 번식 프로그램에 통합할 수 있다면 향후 해당 종의 생존 가능성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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