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규제에 고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 주요국의 DTC 검사 산업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국내 서비스가 현실화한 만큼 분석 역량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전 세계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최대 온라인 할인 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DTC 검사키트가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만성·유전형 희귀 질환 예방,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DTC 검사를 통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이른다는 점을 알아냈고 결국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일화가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015년 정부의 '정밀의료계획'이 나오면서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질병 치료와 예방에 개인의 환경뿐만 아니라 유전 정보도 고려할 수 있다는 개념이 대두됐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파킨슨, 알츠하이머, 1형 고셔병 등 10개 질환에 대한 DTC 시험 승인을 내렸고, 2018년에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에 대한 DTC 검사도 가능하게 됐다. 다만 미 FDA는 DTC 검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DTC 검사가 건강검진, 병원 방문 등 건강관리 평가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DTC 검사로 암 진단을 하지 말라고 하지, 유전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탈모, 다이어트, 피부노화 등 웰니스 항목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다. 미국의 대표 유전자 분석 업체인 '23앤미(23andMe)'는 100~200달러 비용으로 혈통 찾기, 모기에 물리는 빈도 등 400여개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 DTC 검사 이용료(20만~30만원) 대비 저렴한 편인데, 이는 국내와 다르게 미국에선 소비자의 유전자 정보 데이터를 제약회사 등이 2차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헬스 산업 규제를 '네거티브(최소 규제)'로 적용하는 일본에서는 DTC 검사를 통해 다양한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는 유전자 분석 기업과 협업해 온라인으로 DTC 검사를 홍보하고 있다. 진 퀘스트(Gene Quest)는 개별 약국과 제휴해 DTC 검사 결과가 약사의 복약지도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해외 기업들의 DTC 검사 키트는 한국 소비자들도 찾는다. 최근 외국 키트를 구매했다는 국내 소비자는 "알려주는 건강 정보가 다채로울뿐만 아니라 암, 치매 등 질환의 유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는 이를 두고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반발한다. 한 관계자는 "검사 가능 항목이 턱없이 적은 탓에 해외 주요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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