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고공행진에 유상증자 시장 뜨거워진다

한화오션·SK이노베이션 등 1조원 이상 증자 늘어
차입부담 완화·미래먹거리 확보용 재원조달 등 목적

올해 하반기 들어 유상증자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차입금 조달 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차입을 늘리기보다 지분율 희석과 주가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신주 발행(증자)을 택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차입금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기업들도 유상증자를 택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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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급증…한화오션·SK이노 등 빅딜 줄이어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25개 상장사가 공모 방식(일반공모, 주주배정후 실권주 공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특정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배정하는 3자배정(사모) 방식의 유상증자는 제외했다. 공모 유상증자를 택한 상장사들은 올해 신주 발행으로 총 2조2732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연초 금리와 주가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반기에 유상증자 시장도 불황을 겪었다. 1~5월까지 공모 방식으로 증자를 실시한 기업은 총 8개사에 불과했다. 그나마 롯데케미칼이 1월에 1조2155억원 규모의 대규모 증자를 실시해 유상증자 시장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했다.


잠잠하던 시장은 하반기부터 유상증자 건수와 규모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 한 달에 1~2건에 불과하던 증자는 6월부터 월 5~7건으로 증가했다. SD바이오센서(2278억원), KEC(963억원), 인텔리안테크(901억원), BGF에코머티리얼즈(586억원) 등의 중·소형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다.


SK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1조원 이상의 빅딜도 터지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어 CJ CGV(4400억원), 코스모화학(1200억원), 코스모신소재(2200억원), 등도 수천억원 단위의 증자 행렬에 동참했다.

최근에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대형 증권사 여러 곳을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며, 신주 배정과 청약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연말쯤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수의 바이오기업들도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유상증자를 택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박셀바이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강스템바이오, 진원생명과학, 박셀바이오, 꿈비, 피씨엘, 보로노이, 피플바이오, 에스씨엠생명과학, 노을 등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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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금 조달 금리 상승 영향 커

유상증자가 급증하는 데에는 차입금 조달 금리 상승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 금리가 계속 오른 탓에 신규 차입을 하거나 기존 차입금을 차환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2~3배에 달하는 이자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를 지나면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차입금 조달을 미뤘던 기업들이 장기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유상증자로 선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차입금 상환을 위한 증자가 많은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약 35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CJ CGV도 신주 발행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기존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


미래 성장동력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도 많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2조원 중 약 1조5000억원을 미국과 유럽 해양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거점 확보와 친환경 선박·기술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조달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시설 투자와 친환경 관련 기업 지분 투자에 사용한다. 코스모화학은 자체 시설투자와 자회사인 코스모 신소재 신주 취득에, 코스모신소재는 양극활물질(NCM) 생산 설비 증설에 증자 대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원재료인 납사 매입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증자 자금을 썼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기존 대주주의 자금 부담, 보유 지분 희석, 주가 하락 등으로 저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 자금조달 수단이었다"며 "최근에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운영자금, 차입금 대체조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한동안 증자 거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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