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물가 상승률 110%대를 기록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최근 상점 약탈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간헐적으로 보고되던 상점 강·절도 사건이 지난 21~22일 들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정부는 남부 파타고니아 도시 발리로체를 비롯해 서부 멘도사,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 등 곳곳에서 150여건의 상점에서 약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괴한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서 괴한들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집단으로 침입해 물건을 쓸어갔다. 또 가게 주인들은 약탈을 막기 위해 가게 앞에 서 있다가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괴한들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악셀키칠로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점 약탈과 관련해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94명이 구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약탈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저지된 사건도 150건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약탈 사건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배후에 극우 계열 정당인 '진보자유'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의원은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14일 치른 전초전 성격의 예비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했다. 현지 매체들은 밀레이 의원 측이 민심 불안을 가중해 집권당 반감 여론을 더 증폭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아니발 페르난데스 보안장관은 "약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누군가 특정 그룹의 범법행위를 장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제1야당 보수연합의 하비에르 밀레이가 13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당사에서 대선 예비선거 1위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미국의 투자은행 JP 모건은 이날 아르헨티나 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연말 물가상승률을 기존의 전망치인 150%에서 무려 40% 포인트나 더 높여 190%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일 년 새 물가가 거의 3배나 뛴다는 것을 의미한다.
JP 모건은 보고서에서 190%의 물가상승률은 공식 달러 환율의 인상(페소와 평가절하)과 이번 대선 예비선거에서 30%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밀레이 의원의 인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밀레이 의원은 자신이 집권하면 중앙은행을 없애는 대신 미국 달러를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로 채택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건 상태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아무도 (자국 통화인) 페소를 원하지 않는다면 페소의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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