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다시 반등하면서 국내 생산자물가가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지난 4월(-0.1%)과 5월(-0.4%), 6월(-0.2%) 연속 하락한 뒤 4개월 만에 다시 올랐다.
지난해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어지면서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는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0.2%)했으나, 하락폭은 전월(-0.3%)과 비교해 축소됐다.
지난달 주요 산유국의 감산과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감 등으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휴가철을 맞아 음식·숙박 등 서비스 가격도 상승하면서 전월에 비해 생산자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농산물(10.6%)과 축산물(0.8%), 석탄 및 석유제품(3.7%), 운송서비스(0.9%),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0.5%) 등이 올랐다. 반면 일본 오염수 방류 이슈가 있는 수산물은 4.2% 하락하고, 화학제품(-0.6%)과 주택용전력(-12.7%)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하락해 지난 6월(-1.4%)에 비해 하락폭이 크게 축소됐다. 원재료(-1.4%)와 중간재(-0.5%)는 하락했지만 최종재(0.4%)가 상승했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공산품(-0.2%)이 내렸으나 농림수산품(4.6%), 서비스(0.3%) 등이 오른 영향이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소비자물가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품목 가중치에 차이가 있어서 계량화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국제유가나 농산물 가격 등은 같이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음달 이후 생산자물가가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수도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미국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유 팀장은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로 이제 막 약간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방향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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