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경찰관과 그의 아들이 자가면역성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60대 여성에게 나란히 자신의 간 한쪽을 이식해준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특히 60대인 남편은 고령인 탓에 간 공여자로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는 의료진을 몇 달간 설득한 끝에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0년간 병환으로 치료를 받아온 고명자씨(67)는 오랜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탓에 치료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고 씨의 남편 서규병씨(68)와 아들 서현석씨(39)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 이식을 결심했으나, 의료진은 이를 만류했다. 서 씨의 경우 고령인 탓에 수술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현석씨 또한 절제가 가능한 정도가 일반 공여자 수준에 못 미쳤다.
그러나 서 씨가 몇 달간 서울 아산병원 의료진을 설득한 끝에 이들은 지난달 25일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이들은 '2:1 이식' 방식으로 각각 한쪽의 간을 떼어 고 씨에게 주기로 했다. 서 씨는 수술을 위해 퇴직 후 다니던 직장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과 아들 덕에 다시 건강을 되찾은 고 씨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기관절개술을 한 탓에 말을 할 수 없어 화이트보드에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 "나는 괜찮아", "이제는 괜찮아"라고 썼다.
서 씨는 "아내를 그냥 저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아들과 함께 간 이식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며 "이른 시일 내로 건강도, 일상도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눈물 날 정도로 감동" ,"행복할 일만 남았다. 얼른 쾌차하길 바란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들 부자는 독립운동가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고 서성섭씨의 아들과 손자로 알려졌다. 또 서 씨는 강원경찰청과 춘천경찰서 등에서 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해온 퇴직 경찰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