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6일(현지시간) 상당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소화하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80.65포인트(0.52%) 떨어진 3만4765.7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3.53포인트(0.76%) 낮은 4404.3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6.42포인트(1.15%) 하락한 1만3474.63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유틸리티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전날 JP모건체이스를 포함해 수십개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피치의 경고 여파로 주요 대형은행주는 약세를 이어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17%, 웰스파고는 1.19% 떨어졌다. 시티는 1.32% 밀렸다. 엑손모빌, 셰브런 등 에너지주도 미끄러졌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타깃은 예상을 웃도는 분기 순이익에 힘입어 3%가까이 올랐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모델X, 모델S 가격을 인하하기로 하며 3%이상 밀렸다. 인텔은 3%이상 내려 다우지수 하락세를 견인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오후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과 함께 중국 부동산 디폴트 우려, 미 은행들에 대한 전날 피치의 경고 여파, 경제지표 발표 등을 주시했다. 이날 공개된 7월 FOMC에는 Fed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제기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남긴 내용이 담겼다. 의사록은 "대부분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를 훨씬 상회하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상당한(Significant)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추가적인 긴축 통화정책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Fed는 지난달 FOMC에서 미국의 금리를 2001년 이후 최고치인 5.25~5.5%로 끌어올린 상태다. 이는 Fed가 작년 3월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11번째 인상이자, 만장일치 동결(6월FOMC)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인상을 재개한 것이었다. 일부 참석자들로부터는 동결 주장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투표권이 있는 11명의 FOMC 위원들은 7월 금리 인상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지만, 총 18명인 위원 패널 중에서는 일부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이들은 그간 누적된 긴축 정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여파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번 더 금리 결정을 건너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록은 "참석자들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향후 회의에서의 정책 결정은 입수되는 총체적 데이터와 경제 전망 및 인플레이션 여파뿐만 아니라 리스크 균형에 대한 영향에 달려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짚었다. 지나친 긴축이 자칫 경제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반면에 너무 빨리 완화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는 과거의 실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이른바 ‘리스크의 양면성’도 언급됐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글로벌전략가는 "경제여건이 후퇴해야한다는 FOMC 의사록 후 시장은 계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자들의 눈길은 이제 다음 주 잭슨홀 포럼으로 쏠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 자리에서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가 관건이다. 지난 FOMC 이후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일부 당국자들은 연내 금리 인하 기능성엔 선을 그으면서도 금리 인상 행보는 끝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9월 FOMC까지 한달가량 시간이 남은 만큼 추가로 살펴봐야할 인플레이션, 고용지표들도 다수 남아있다. 다만 전날 공개된 미국의 7월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강력한 수준을 나타내면서 Fed의 긴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키운 상태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9월 동결할 가능성을 88%이상 반영 중이다. 앞서 Fed가 공개한 6월 점도표 상으로는 연내 한차례 더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투자자들은 올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이 없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등 세차례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7월 주택착공건수는 전월 대비 3.9% 증가한 145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월가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향후 주택시장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규주택 허가건수는 전월 대비 0.1% 증가한 144만2000건을 기록했다. 7월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월 대비 1.0% 증가해 시장 예상(+0.3%)도 웃돌았다.
기업 실적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타깃 등에 이어 다음날에는 월마트, 로스스토어 등이 실적을 선보인다. 월마트는 지난 5월 식료품 및 전자상거래 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해 매출 전망을 상향했었다. 월마트가 예상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발 경제소식은 투심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은 예상보다 나빴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깜짝 인하하면서 중국 부동산 위기 등을 둘러싼 우려가 한층 강화됐다. 주요 외신들은 디폴트 위기에 처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외에 중릉국제신탁의 자금난도 경계하고 있다. 내수 부진과 대형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우려 등 악재가 쌓이면서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4%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국채금리는 FOMC 의사록 내용을 소화하며 상승했다.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27%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98%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0.2%이상 오른 103.4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달러화 강세 등으로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1달러(1.99%) 하락한 배럴당 79.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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