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땅, 파세요" 투기꾼 기승 하와이 "역겹다"

부동산 업자 몰려와 주민들에게 매각 종용
주민들 "눈물도 안 말랐는데…역겨운 행동"
하와이 당국 "부동산 판매 유예 방안 모색"

100명에 달하는 산불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 부동산 투기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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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꾼들이 마우이 화재 생존자들에게 접근해 땅이나 집을 팔라며 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우이 주민 티아레 로렌스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집주인들이 부동산 투기꾼들로부터 땅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며 "역겹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하이나는 판매용이 아니다"라며 "제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때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이용하려고 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문화유산 풍부…화재 이전에도 개발 압력
지난 13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관광객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관광객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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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섬 라하이나는 한때 하와이 왕조의 수도였던 곳으로, 문화유산이 풍부한 관광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화재 이전에도 개발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앤지 리온 마우이 주민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라하이나 사람들은 지역의 역사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복원이 이뤄지길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라하이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의 대규모 개발 세력이 화재를 틈타 잿더미가 된 땅을 싼값에 사들이고, 이 지역을 와이키키 해변 같은 상업지구로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하와이의 관광 중심지 와이키키는 대기업의 고가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다.


하와이 주지사 "재건 기회도 갖기 전에 땅 빼앗는 행위…용납 못 해"
화재 피해지역인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을 둘러보는 주민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재 피해지역인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을 둘러보는 주민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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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당국은 주민들에게 이런 투기 행각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으며, 이를 방지할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부동산 업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주민들에게 화재 피해를 본 집을 팔라는 연락을 하고 있다"며 "파손된 부동산의 판매를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 법무장관에게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슬픔에 잠기고 재건할 기회도 갖기 전에 우리 주민에게서 땅을 빼앗으려는 것은 희망이 아니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화재 이후 사망자 100명 넘어…강도까지 기승
15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새까맣게 탄 자동차가 방치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새까맣게 탄 자동차가 방치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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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과 강도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웹사이트에서 사기꾼들이 안전 검사관, 공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해 청소나 수리를 제안한 뒤 현금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사칭해 신청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라하이나의 치안이 허술해지자 총을 들고 위협하는 강도가 사업장을 급습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전달될 보급품이 여기저기서 총을 든 강도들에게 도둑맞고 있어 화재 피해자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화재 발생 이후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최소 99명이다. 그린 주지사는 "앞으로 10일에 걸쳐 사망자 수가 현재의 두배로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경찰서장은 "시체 탐지 전문 경찰견 20마리를 동원해 서부 라하이나 마을 화재 피해지역의 25%를 수색했다"며 "오는 주말까지 85~90% 수색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은 라하이나 재건에 약 55억달러(약 7조 3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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