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이달 초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카눈'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앞선 폭우 피해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인데다가 태풍과 폭염에 따른 공급량 감소와 과일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추석 명절도 앞두고 있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알배기배추 8㎏ 도매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3만6040원으로 1개월 전(1만4908원)보다 2만1132원(141.7%) 뛰었다. 알배기배추는 겉절이나 쌈에 주로 이용되는 채소다.
미나리와 파·쪽파, 양배추, 호박도 한 달 새 도매가격도 두배 이상 올랐다. 미나리(7.5㎏)는 3만5516원에서 8만3800원으로, 쪽파(1㎏)는 7094원에서 1만4560원으로 각각 135.9%, 112.3% 상승했다. 양배추(8㎏)는 7038원에서 1만4560원으로 7522원(106.9%) 올랐다.
김장의 주요 재료인 배추와 무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10㎏) 평균 도매가격은 한 달 전 9880원에서 지난 11일 2만5760원(160.7%)으로 뛰었다. 평년(1만4106원)보다도 82.6% 오른 가격이다. 무 20㎏ 도매가격도 2만9320원으로 1개월 전(1만2900원)보단 127.3%, 평년(1만8664원)에 비해서는 57.1% 상승했다.
최근 가격 상승은 폭우와 폭염, 태풍 탓에 농작물 피해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 집중호우에 침수되거나 열매가 떨어진 낙과 피해를 본 농작물 면적은 지난달 28일 기준 3만6252㏊(3억6252만㎡)에 달한다. 또 태풍 카눈 탓에 1565.4㏊의 농작물 피해가 추가로 발생했다.
문제는 추가적인 가격상승 요인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농산물 소비자물가는 4.7% 올랐는데 이 상승률엔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가 일부만 반영됐다. 통계청은 세 차례에 걸쳐 주요품목에 대한 물가 상승률을 집계하는데 지난달 폭우에 따른 가격 상승분은 세 번째 집계분에만 반영됐다. 폭우 영향이 8월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셈이다. 또 다음 달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일을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품목별 수급안정 대책 추진과 함께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직접 덜어주기 위해 가격이 높은 품목을 매주 선정하여 1인당 1만 원 한도로 20%(전통시장 30%) 할인을 지원하고 있다"며 "추석 명절 과일 수급 안정을 위해 생산을 담당하는 산지의 품목농협, 유통과 소비접점에 있는 대형유통업체, 도매법인 및 중도매인 협회 등 관계자들과 함께 고품질 과일이 적절한 시기에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협력에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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