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가 쓴 '혼자살이'에 관한 에세이다. 스물여섯의 나이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해 겪는 일화를 소개한다. 월세 7만엔(한화 약 64만원), 3층 이상 조건의 건물에 살 집을 구해, 쓰레기통 하나까지 고심해서 채우고, 방범을 위해 베란다에 남자 트렁크 팬티를 넣어 놓는 등의 일상을 담았다. 유명 작가가 되기까지, 집에서 너무 뒹굴뒹굴하는 바람에 어깨가 걸려 접골원을 찾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특유의 긍정적이고 무던한 성격으로 불안을 설렘으로 밀어내며 28년여 동안 그려온 도화지 속 인생 그림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엄마가 사줄게.” 그러는 엄마를 말리고 나는 직접 계산했다. 전부 내 돈으로 하고 싶었다. 이사 비용도, 집의 보증금과 사례금, 가전제품이나 가구까지 전부 단 한 푼도 부모님에게 기대기 싫었다. 도쿄에서 나를 시험한다는 건 그런 거다. 나는 하여간 황소고집이다. - 「1장_엄마가 오다」중에서
그런 피아노 레슨도 10년 만에 일단락. 한번 그만두면 다시 못 치게 될 게 틀림없지만, 지금의 나는 시작하기 전의 ‘치지 못하는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10년 치의 즐거운 화요일을 토핑할 수 있었다. - 「2장_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중에서
이름이 있다는 건 동료가 있다는 뜻이다. 별빛 아래, 커튼을 내린 방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부스럭부스럭 뭔가를 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안심한다. 밤은 다정하다. 밖에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기 가치를 높여라! 이렇게 재촉하지 않는다. - 「2장_밤새우기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나는 무리하고 싶지 않은 어른이었다. 무리하고 싶지 않은 것과 노력하지 않는 것은 조금 다르다. 노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노력하는 것은 때때로 즐겁다. 그러나 무리하는 건 괴롭다. 무리하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않다. 무리를 한다는 건, 수면 시간을 줄이거나 식사 시간을 줄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산책 시간을 줄이거나 혹은 멍하니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 또한 ‘무리’다. - 「2장_무리하지 않는 어른」 중에서
“오사카에는 안 돌아올 거니?”
‘나이를 먹어 언젠가 은퇴한 다음에’라는 의미다.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할 수도 없고 아니 뭐, 도쿄에도 익숙해졌으니까, 하고 어물어물. 도쿄에서는 표준어를 쓰며 생활하는데, 내 내면에는 언제나 간사이 사투리의 리듬감이 새겨져 있다. 사투리에 품은 애착은 평생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도쿄도 좋았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고, 친숙한 생활이 있다.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노르웨이 숲이 펼쳐진다면 좋겠다고 망상할 때도 있지만, 동네 산책로에도 매화는 핀다. 벚꽃도 핀다. 창문 너머로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 「3장_그때의 우리」 중에서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마스다 미리 지음 |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64쪽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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