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급 사무관이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까지 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사무관은 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해당 사무관에 대한 직위해제를 요청하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전국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교육부 소속 사무관 A씨는 지난해 말 세종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B씨는 즉시 직위 해제됐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담임을 교체할 수 있다"고 B씨를 협박했다. 밤늦게 B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하기도 하고, 자녀가 2학년 때 자신의 민원으로 담임이 교체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B씨에게 자녀를 지도하면서 지켜야 할 수칙을 담은 편지에는 '하지마, 안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가두시면 자존감이 심하게 훼손된다'는 등의 당부가 담겼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와 같이 비상식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아동학대 제도 개선 간담회에 참석해 교권 강화와 관련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B씨는 올해 5월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아동학대와 관련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물을 복용했으나, 지난 6월 복직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A씨의 행위를 명백한 교권 침해로 판단했다. 학교 측은 A씨에게 서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서약서 작성 처분을 내렸다. 교권보호위에서는 A씨가 B씨에게 보낸 편지가 증거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5명도 B씨에게 힘을 싣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현재 교권보호위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교육부는 이 사안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현재 조사반을 편성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또 조사대상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대전광역시교육청에 관련자에 대한 조사개시를 통보하고 직위해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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