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를 끝으로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LG그룹이 다음달 사장단 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영 상황 및 미래 포트폴리오 점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전에 대한 수요가 주춤해진 시기에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전장·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등 미래 사업을 키우기로 한 만큼 하반기 이에대한 실행 상황 및 포트폴리오 점검, 전략 보완 등의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대표로 있는 LG㈜는 배당과 상표권을 주 수익으로 하는 상반기 실적으로 매출 3조5484억원, 영업이익 9596억원을 기록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상반기 실적이 고꾸라진 다른 기업들보다는 선방했지만 수익성이 과거보다 악화하면서 사업 재편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구 회장의 고민이 커졌다.
하반기 경영 초점을 수익성 강화와 미래 사업 영역 확대에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LG그룹은 크게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로보스타 등 전자계열사, 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 등 화학계열사,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등 통신·서비스 계열사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전혀 성격이 다른 분야지만 LG는 이 모든 계열사 실적을 동시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사업을 찾았다. 바로 미래자동차다. 전자는 자동차 부품, 화학은 배터리, 통신은 자율주행 보조 사업을 하는 식이다. 전장·배터리 사업 비중을 확대할수록 전체 계열사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지난해 65조원(LG이노텍 제외) 수준이었던 매출액 규모를 2030년까지 100조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의 DNA를 하드웨어(HW) 중심에서 '고객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바꾸고 전장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특히 전장사업은 자율주행, SW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의 신규 기회를 적극 모색해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10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다음달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에 처음으로 출전하기로 한 것도 하반기 전장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를 겪고 있는 LG화학은 하반기 사업재편에 힘을 줄 전망이다.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고 이차전지 신사업 전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작년 보다 3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와 시장 선점 가속화에 나선다.
구 회장이 10년 이후 LG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 먹거리로 꼽은 AI·바이오·클린테크도 하반기 투자 확대 및 전략 보완이 필요한 분야다. 신사업에 속하는 만큼 아직 '수확'보다는 '투자'가 더 많아 포트폴리오에서 정확한 방향 설계가 더 중요해졌다. 구 회장은 다음달 각 계열사 사장단 및 사업본부장들을 소집해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경영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에 한번씩 LG트윈타워에서 진행하는 정기 사장단회의 형식이 아닌, 별도의 워크숍 형태가 될 가능성도 크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회의에서 사장단에게 미래 고객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따라 이번 회의에서도 그룹 차원의 미래 포트폴리오 점검과 실행전략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10~11월 계열사별로 한 해의 사업 성과와 내년도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사업보고회의를 앞두고 있어 사장단 워크숍에서 사업보고회의 방향성도 결정할 전망이다.
한편 LG CNS의 코스피 상장도 하반기 기대를 모으고 있는 LG그룹의 큰 이벤트다. LG CNS는 당초 상반기 기업공개(IPO) 신청을 염두에 두고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준비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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