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논란의 후폭풍은 국내 문제로 머물지 않는다. 스카우트 대원들을 한국에 보낸 각국은 파행으로 이어진 잼버리 사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생각하던 한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준 사건이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새만금을 떠나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뿔뿔이 흩어졌다. 잼버리 대회의 본래 취지는 이미 훼손됐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졌다.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아쉬움이 커지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관한 궁금증은 증폭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가을에 이미 ‘잼버리 사태’를 예견한 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행사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인물, 그 주인공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족집게 예언자처럼 잼버리가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온 질의응답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8월 한국 기후 특성을 지적하며 폭염 대책 등을 주문했다.
이 의원이 거듭 당부한 것은 행사 1년 전 준비 상황을 가늠하는 공정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기반시설이 지금 8월 현재 37% 공정률 아닙니까? 이제 곧 겨울 들어간다. 그러면 내년 3월에 봄철이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준비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당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잼버리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 지난가을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왔던 국회의원의 이런 지적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김 장관은 “예 전라북도 지사님하고…”라고 여운을 남겼다. 여성가족부가 전라북도와 협의하겠다는 응답이었지만, 이 의원의 절박한 호소와 대비되는 짧은 내용의 답변이었다.
이 의원은 여성가족부에서 다른 부처로 업무가 이관되더라도 책임 있게 준비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잼버리 대회를 총괄할 컨트럴타워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당시 김 장관은 “그것은 제가 꼭 책임지고 잘 이관되도록 하겠다”면서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의원에게 배정된 국감 질의 시간이 한정돼 있기에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잼버리 관련한 질의응답은 이게 전부였을까.
앞서 이 의원은 다른 질의 시간에도 잼버리 관련한 내용을 질의했다.
이 의원은 “장관님 10개월 앞둔 세계 잼버리가 내년이지 않습니까. 8월에. 지금 열 달 앞뒀습니다. 과연 주무 부처가 사라진 조건에서 이 잼버리가 제대로 될까요”라고 질의했다.
김 장관은 “물론입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뒤이어 나온 이 의원의 지난가을 경고는 2023년 8월 현재의 시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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