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인플레 우려 고개…바이든 美재선 가도 비상

美 휘발유값 9개월만에 최고치
악재돌출로 바이든 재선 활동 타격

연일 상승하는 국제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렸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통제를 재임 중 최대 경제 치적으로 내세워 온 백악관은 유가 추이에 따라 재선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 영향으로 미국 전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갤런당 평균 3.829달러로 전주 대비 0.11달러 올랐다. 지역별로는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알래스카, 하와이, 유타, 오레곤, 네바다, 워싱턴주는 휘발유 가격이 평균 4달러를 웃돌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갤런당 5.064달러로 전국 최고다. 미 휘발유 가격은 최근 9개월 내 최고치로 치솟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인 2021년 1월 대비로는 약 60% 상승한 수준이다.

치솟는 유가에 재선 캠페인에 본격 시동을 건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지난 여름 정점을 찍은 이후 미 휘발유 평균 가격이 여전히 갤런당 1달러 이상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들이 기록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악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바이드노믹스'를 부각시키며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전국 투어 홍보에 나섰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홍보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비판이 거세지자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 안을 내놓기도 했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컨설팅 기업인 래피드단 에너지의 대표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밥 맥널리는 "백악관이 (유가 상승에) 패닉에 빠졌다"며 "유가 상승은 대통령의 신뢰와 지지율에 위협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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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6주째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 제한과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 저조로 오르지 못하다가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중국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상승 모멘텀을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추가 연장하기로 하고, 러시아도 9월 한 달간 원유 공급량을 하루 30만배럴씩 감축한다고 밝히면서 유가는 더욱 급등했다.


올해 여러 차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기준 현재 82달러(4일 기준)를 훌쩍 넘어섰다. S&P 글로벌의 댄 예르긴 부회장은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가을로 접어들면서 계속해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조치가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 유가상한제 도입, 이란 핵 합의 복원 등을 추진했고, 작년 7월엔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직접 원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으로 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브렌트유의 경우 가격이 향후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컨설팅 기업 엔베루스는 기록적인 높은 수요와 사우디의 공급 축소 영향으로 연말께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원자재 연구 책임자인 제프 커리 애널리스트는 "항공여행 수요 급증과 중국의 원유 수입량 증가 등으로 지난달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억2280만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시 원유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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