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보단 재무 중시 '시공능력평가' 제도…국토부 손 본다

공사실적보다 경영평가 비중 높아
국토부, 용역 발주…내년부터 평가시 적용

공사발주 시 입찰 자격 제한 및 시공사 선정 등에 활용되는 건설사들의 종합 성적표인 ‘2023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공개됐다. 시공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 항목별 평가액을 더해 순위를 매기는 시공능력평가는 올해도 공사실적보다 경영평가 비중을 높게 배정시키고 있어 일각에서는 평가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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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2023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 발표 이후 업계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열심히 공사해서 실적을 쌓아도, 자본이 많은 기업이 배점을 많이 받아 순위가 높게 책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 능력 및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를 신청한 건설업체는 총 7만7675개사로 전체 건설업체 8만9877개사의 86.4%이었다.


올해 기준 항목별 평가 비중 책정방식을 살펴보면, 우선 논란이 일고 있는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과 경영평점을 곱해 80%를 적용했다. 반면 건설업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공사실적평가액은 최근 3년간 연차별 가중평균 공사실적의 70%를 배정했다.


업계 지적처럼 올해 토목건축공사업체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토목건축(토목+건축) 공사실적의 주요 순위를 비교해보면 기준에 따라 순위 변동이 크게 나타난다. 먼저 10위권을 살펴보면 시공능력평가액으로는 포스코이앤씨는 순위가 3계단 떨어져 올해 7위를 기록했지만 아파트 공사실적인 토목건축 공사실적 기준으로는 5위로 순위가 올라간다.

반면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호반건설은 올해 처음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토목건축만으로 평가를 매기면 17위로 순위가 내려간다.


20위권을 따져보면 금호건설의 경우 전체시공능력평가에선 21위였지만 토목건축 실적으로는 15위에 올랐다. 전체시공 능력 평가에서 14위에 오른 대방건설은 아파트 공사실적으로는 28위에 머물러 있다. 중흥토건도 마찬가지다. 전체시공 능력 평가에선 15위지만 토목건축만 놓고 보면 30위다. 두 건설사 모두 실질자본금과 재무 지표를 바탕으로 한 경영평가액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론 35위지만 아파트 공사실적으로는 20위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 등 경영상태에 대한 배점이 높다 보니 공사실적이 양호해도 좋은 점수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건설사의 공사 실적과 기술력 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평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경영평가액 등 외형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어 공사실적 등 현실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평가 기준 개선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내년부터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변경되는 시공능력평가 기준에서는 경영평가액의 비중을 줄이고 신인도평가에서 공사 하자와 안전 및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노력 항목 등이 추가된다. 이르면 내년부터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적용해 건설사의 순위가 일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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