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덕이는 인력난 해소될까…필수 의료 실습 현장 가보니

김기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3일 오후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수술용 가운과 마스크를 착용한 의과대학생들에게 영상을 보며 환자의 상태를 알려줬다. 김 교수는 환자의 관상동맥을 보며 막힌 부분이 어디인지 자세히 설명했다. 소아 심장 분야 현장실습에 참가한 학생들은 김 교수의 말에 집중했다.


서울대병원 소아 심장 분야에서 현장 실습을 받는 의대생은 3명이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부터 의대생 필수 의료 실습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아심장과 신경외과 등 필수 의료에 관심이 있는 의대생들은 방학동안 대학병원 등 18개 기관에서 현장 실습을 한다. 올해는 신경외과, 소아 심장, 외상, 감염, 공공의료, 일차 의료 등 6개 분야에서 255명의 실습생을 선발했다. 경쟁률은 2대1이었다. 우선 123명의 의대생이 여름방학에 실습받는 중이다. 복지부는 학생 1명당 500만원 내외의 실습비를 실습에 참여하는 기관과 의대생에게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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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의대 본과 2학년 류윤식씨는 "소아청소년과에 관심이 많은데 주변에서 만류했다"면서 "현장에서 실습해보니 사명감도 더 생기고,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곽재건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의대생 중 90% 이상이 현장 실습을 못 한다"면서 "실습 지원 제도 경험을 통해 의대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가 의대생 실습 사업을 지원하는 건 필수 의료 분야 인력난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 충원율은 매년 줄고 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신경외과 등 필수 의료 과목 전공의 충원율은 2017년 95.1%에서 2021년 82.9%, 지난해 78.5%까지 떨어졌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는 드물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올해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총원 199명 중 33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아시아·태평양 최고 병원 순위'에서 소아청소년과 분야 1위 의료기관에 선정된 서울대어린이병원조차도 인력난에 허덕인다. 곽재건 교수는 "퇴임을 앞둔 전문의가 늘고 있어서 의료진 부족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전문의 고령화가 가속하고 있다. 필수 의료 분야 전문의 가운데 70대가 2013년 686명에서 지난해 1621명으로 136% 증가했다. 60대는 1960명에서 3656명으로 86%, 50대는 4450명에서 6034명으로 35% 증가했다. 반면 30대 이하는 3988명에서 3024명으로 6%, 40대는 5961명에서 5604명으로 24% 줄었다.


계명대 의대 본과 4학년 안준형 씨는 "흉부외과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지인들이 폐와 식도 분야로 가라고 조언했다"면서 "그래도 심장을 전공하고 싶으면, 소아 심장은 안된다고 말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와서 어린이 심장병 수술의 대가인 김웅환 교수님이 집도한 생후 한 달된 아기의 심장 수술을 참관했다"면서 "멀리서 화면으로 지켜봤는데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을 떠나는 전문의도 느는 추세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수익을 중시하는 젊은 의사들이 대학병원 보다 개원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범 교수는 "지금도 주중에 오후 10시 이후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한다"면서 "보상을 늘리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려는 전문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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