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2년 전 출시한 스마트글래스의 월 활성 사용률이 10%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내부 집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자에 만족을 충분히 주지 못해 사실상 실패한 꼴이지만, 메타는 2세대 제품을 출시해 조만간 대중에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누적 손실이 확대되고 있지만, 향후 시장 성장성이 확실한만큼 주요 기술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의 내부 자료를 인용해 메타가 2021년 9월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스토리즈(Ray-Ban Stories)'의 총 판매 대수가 지난 2월 기준 30만대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월 활성 사용자 수는 2만7000대로 1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누적손실도 80억달러(약 10조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레이밴 스토리즈는 일반적인 레이밴 선글라스에 듀얼 500만 화소 카메라를 설치해 사진·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다. 휴대전화와 연결해 촬영한 사진은 곧바로 저장하거나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있다. 노래도 들을 수 있는 음성 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전화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레이밴 스토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일반 선글라스와 똑같은 디자인이다.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함께 만든 제품인 만큼 패션 아이템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보여주는 헤드셋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투박한 디자인이 대중화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 성능이 워낙 뛰어나고 무선 이어폰도 확산, 보급된 상태에서 카메라와 음성 기능이 있는 스마트 글래스를 구매하거나 지속 사용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
특히 배터리 용량이 적어 오랜 시간 사용이 어렵고 레이밴 스토리즈에서 촬영된 사진 등을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연결성이 떨어져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메타는 파악하고 있다. 또 오디오와 음성 명령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메타는 판단했다.
메타는 처음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가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도 '레이밴 스토리즈 2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능의 품질을 한껏 끌어올려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출시 시점은 이르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가을이나 내년 봄으로 점쳐진다.
이번에도 1세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선글라스 형태를 유지하면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능은 탑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메타 경영진은 이번 기기를 향후 수년 내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AR 헤드셋의 전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는 VR·MR·AR 기술이 탑재된 헤드셋 퀘스트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레이밴 스토리즈 2세대도 메타와 레이밴 브랜드를 보유한 이탈리아-프랑스 합작 회사인 에실로룩소티카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메타에서 메타버스 등 미래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라고 WSJ는 소개했다.
현재 판매 중인 레이밴 스토리즈 1세대의 가격은 299달러로, 레이밴 웹사이트에서는 30% 할인해 판매되고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국내에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구매할 수 없는 제품으로 공지가 뜬다. 2세대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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