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미국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을 다뤄야 하는 요식업, 식품가공산업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저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캔자스주 한 소도시에 있는 육가공업체 '내셔널비프' 도축장 직원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이 도축장 근로자들은 평소 보호복, 헬멧, 보안경을 쓴 채 일한다. 또 가공용 장비를 소독할 때는 화씨 180도(섭씨 82도)의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다.
이런 상황에도 도축장 내부의 냉방 시설은 선풍기뿐이다. 내부는 이미 뜨겁게 가열된 상태이므로, 선풍기도 뜨거운 바람을 내뿜을 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캔자스, 미주리, 오클라호마주 육가공업계 노동조합 대표인 마틴 로자스에 따르면, 해당 도축장 직원 2500명 중 200명은 지난 5월 이후 퇴사했다. 퇴사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상승했다.
요식업계에서도 더위를 버티지 못한 노동자들의 퇴사가 속출한다. 캘리포니아주 한 맥도날드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리아 로드리게스는 매체에 "매장 모든 곳에 에어컨이 있지만, 주방 온도계는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넘는다"라며 "이전에도 여름에는 더웠지만 이렇게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호소했다.
NYT에 따르면 무더위는 이미 미국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악화하고 생산성을 저하하는 탓이다. 매체가 인용한 한 연구에서는 여름철 폭염에 따른 미국의 경제 손실이 2020년 기준 1000억달러(약 128조원) 수준으로 측정됐다.
폭염의 수준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앞으로 경제 피해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연구에서는 오는 2050년 미국의 여름철 폭염 피해가 연간 5000억달러(약 641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이달 첫째 주 미국 중부, 남부 평원지대 및 미시시피강 하류, 멕시코만 연안 일대는 다시 한번 폭염이 덮칠 전망이다. 특히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최고 기온은 화씨 115도(섭씨 46.1도)를 넘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텍사스주 오스틴, 댈러스도 화씨 105도(섭씨 40.6도) 안팎까지 올라 미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로 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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