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최근 집중호우로 여야 논의에 속도가 붙은 '수해방지 법안' 중 가장 먼저 하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홍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방하천에 대해 중앙 정부가 하천 공사를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방하천 중 치수 목적으로 중요성이 큰 하천의 경우 국가가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해 지방하천의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 하천의 배수 영향을 받는 지방하천에 대해 국가하천 공사의 시행 근거를 명확히 하고, 공사의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했다. 국가하천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는 구간에 국비를 우선 지원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은 전날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뒤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를 거쳐 오후 본회의까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개정법은 정부가 공포하는 즉시 시행된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섬진강의 수해 방지 관련 법안인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법 개정안 3건도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법 개정안은 수질 개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한 수계관리기금의 용도를 가뭄, 홍수 등 물 관련 재해 대응 사업을 비롯해 물 관리 전반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전날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수해 관련 법안을 다루는 4개 상임위의 여야 간사가 참여하는 '수해 복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8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수해 복구 및 피해 지원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날 환노위를 통과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도시침수법) 제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도시침수법은 제정법이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날 법사위에서 의결을 보류하고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한편,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대안으로 올라온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해 심의한 끝에 의결을 보류했다.
앞서 정개특위는 선거운동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어깨띠 등 소품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13일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해 인쇄물,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등 금지 기간을 현행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선거운동 규정에 대한 조항이어서 31일까지 개정을 마치지 못하면 법안의 공백이 생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개정안 내용 중 지방공사와 지방공단 상근직원의 당내경선 운동 허용 여부 등이 놓고 대체토론이 진행됐다. 앞서 법사위에서는 선거 기간 허용되는 집회나 모임의 경우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한정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공방이 이어진 바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법안이 헌재 결정의 취지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며 "너무 급하게 올리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일일이 짚으며 대체토론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제2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해 심도 있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정개특위 소속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정개특위에서 논의가 돼서 의결돼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 이렇게 토론하는 것은 법사위의 역할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도의에도 맞지 않는다"며 "더 이상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 시간은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면서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던 내용을 반복해서 논의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의결을 재촉했다.
1시간여 정회한 후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하라"며 본회의 시간을 이유로 산회를 선포했다.
법사위가 끝난 후 정개특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통과를 지연시킨 것에 대한 책임, 헌재가 제시한 기한을 넘어 선거법의 공백을 초래한 책임, 유권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선거 과열로 인한 공동체의 분열과 시민의 불편 등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