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급 부족 우려에 가격이 급등했던 니켈 가격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니켈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는 니켈 가격이 급락하며 전기차 원가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니켈뿐 아니라 리튬, 코발트 등 다른 핵심 원료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전기차 핵심 원료의 공급 부족 우려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현물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톤당 2만1350달러에 거래됐다. 1월 3일 대비 약 31.5%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세웠던 52주 최저가(1만9745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니켈 가격은 하반기에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올해 하반기에도 공급의 확대와 수요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니켈 가격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NG도 이달초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니켈 가격이 37% 떨어졌다”며 “하반기에도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급 불안과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3월에는 니켈 선물 가격이 하루 새 250% 폭등하며 10만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니켈 가격이 맥을 못추는 주요 원인중 하나는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이다. 최근 배터리 양극재 재료로 주목받고 있지만 니켈의 가장 큰 쓰임새는 스테인리스 철강 재료다. 니켈 소비의 70%를 차지한다. 철강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스테인리스 철강 가격이 떨어지고 니켈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6월 49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경기 수축 국면을 가리켰다.
반면 니켈 공급은 크게 늘었다. 니켈 수급 불안에 전세계 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들이 잇따라 채굴에 나선 결과다. 국제니켈연구그룹(INSG)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니켈 채굴량은 지난해 연간 48% 증가했다. 이어 올해 1분기에만 41%가 추가로 늘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2020년 자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 니켈 수출을 금지한 이후 각국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스위스 원자재 기업 글렌코어, 벨기에 배터리 소재 기업 유미코어,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회사 아네카 탐방, 중국 에너지 회사 엔비전그룹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니켈 채굴에 9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홀딩스가 인도네시아에 4억4100만달러를 투자해 니켈 제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니켈광산협회는 니켈 광산 숫자가 2018년 15개에서 올해 4월 62개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분기 반등했던 양극재 핵심 원료 리튬 가격도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7월25일 탄산 리튬 가격은 kg당 280.5 위안이다.
4월 저점(157.5위안/kg) 대비 약 43% 오른 가격이지만 작년 11월 고점(581.5위안/kg) 대비해서는 51%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배터리 핵심 원료인 코발트 25일 LME에서 톤당 3만297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3월 고점(8만2250달러/톤)에 비해 60% 하락한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는 주요 광물에 대한 투자와 채굴이 증가한 영항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핵심광물투자는 2021년 20%에 이어 지난해 30% 증가했다. 특히 리튬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에만 5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핵심 광물 부족으로 전기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는 잦아들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배터리 원료를 포함한 주요 핵심 광물의 부족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발목을 잡을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소재 및 배터리셀 기업들에는 원가 부담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수익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 원자재 가격과 연동해 배터리셀 가격을 조정한다는 계약을 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 측도 “원가 부담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수익성에는 원료 가격 이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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