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버텨왔는데, 이제 정말 폐업할 때가 된 거죠."
2024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에서 9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가 전한 이야기다. 이미 지난해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큰아들부터 아내까지 ‘총동원’해 가게를 꾸려왔다는 이 점주는 "이제 폐업하라고 정부가 대신 사형선고를 내려준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경영주의 볼멘소리가 커질 동안 노동자의 사정은 나아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적잖은 노동자가 "생계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가시적인 지표가 나타내는 바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7년간 최저임금은 52% 넘게 올랐지만, 각종 소득 불평등 지표는 악화했고, 가구 설문 조사 결과 본인이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답한 비율은 늘었다. 정책 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덴 물음표가 따른다. 한 마디로 경영주는 경영주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힘들어진 형국이다.
업계에선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사안이지만, 많은 전문가가 급격한 최저인상의 부작용으로 경영주의 인력 감축과 ‘쪼개기 근무’ 등을 꼽는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듯, 임금이 오르면 고용주는 고용을 줄여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시 사업체에 미칠 영향으로 경영주의 58.7%가 신규채용 축소를, 44.5%가 기존인력 감원을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줄 방안이 마련됐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업종별 차등적용, 주휴수당을 폐지 등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줄 대체 방안은 이번에도 모두 부결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괄 적용 임금을 결정하는 데만 난항을 거듭한 탓에 차등적용과 같은 사안을 논의할 여력이 없었다.
결정 구조를 손본다면 어떨까. 노사 대표자들이 협상하고 전문가인 공익위원이 중재하는 현재와 같은 구조가 아닌, 노사 의견을 수렴하되 정부가 주도해 결정하는 방식 말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선 노사와 논의를 거치되, 결정은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의 결정 구조로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같은 사안은 차치하더라도, 일괄적인 최저임금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업종, 나이, 지역별 차등적용이나 주휴수당 폐지 등은 꿈도 꾸지 못한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최저임금, 이제는 결정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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