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가 되면서 정년퇴직을 하나의 목표로 꿈꾸는 직장인들도 많다. 고액 연봉이나, 승진 등이 아닌 소위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20~30대에 회사에 입사해 60세 정년에 퇴직하는 일종의 평생직장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재직 중인 40대 서울시민 10명 중 3명만이 정년까지 일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13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따르면 재단이 서울에 거주하는 만 40∼49세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 1189명을 대상으로 '현재 일자리 전망'을 조사한 결과 402명(33.8%)은 현재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응답했다.
정년과 관계없이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응답은 69명(5.8%)으로, 둘을 합쳐도 채 40%가 되지 않았다. 403명(33.9%)은 정년까지 일하고 싶지만 오래 다닐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고 답변했다. 현재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간은 10년 이상이 34.0%로 가장 많았으며, 5년 이상 10년 미만(28.1%), 2년 이상 5년 미만(22.7%), 1년 이상 2년 미만(10.3%), 1년 미만(4.9%) 순이었다.
수도권에 있는 한 기업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한 40대 후반 직장인은 "평생직장 시대는 이제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사회가 너무 빠르게 바뀌지 않나, 준비를 잘하는 회사원은 오래 다니겠지만, 그렇지 못한 직장인은 자리 지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의 생각 역시 비슷하다. 최근 회사를 이직했다고 밝힌 30대 회사원은 "개인의 커리어 미래를 보고 이직을 결정했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멀리 봤을 때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적당한 정년퇴직 시기는 언제쯤일까, 지난해 7월 벼룩시장이 30대 이상 직장인 879명을 대상으로 정년퇴직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2.5%가 희망 은퇴 시기로 '60~64세'를 꼽았다. '나이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17.3%로 가장 많았으며 ▲55~59세(15.0%) ▲65~69세(11.9%) ▲50~54세(11.0%)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 없이 완전히 은퇴할 수 있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24.3%로 가장 많았다. 퇴직 후 근로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3.3%가 '계속 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는 직장인들이 정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환 HR전략 컨설팅 대표는 "(정년 보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직무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다. 전문성이라는 것은 일단 첫 번째, 자기 직무에 대한 업적이나 지식, 경험 등 이런 부분들이 타인에 비해서 출중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럴 때 기업은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에 이어 홍 대표는 관계 관리를 꼽았다. 그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 관리 능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량은 소통 능력이다. 직장 생활은 혼자 할 수 없다. 협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자기 맡은 바 업무 범위에서만 일하면, 관계 관리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조직원을 정말 위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일종의 평판 관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성을 인정받고, 기업이 요구하는 성과를 내며, 평판도 좋다면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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