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급전 창구인 카드대출이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여전히 35조원에 육박했고 일부금액이월약정(리볼빙) 잔액도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다. 금융 취약계층의 건전성이 우려되면서 카드사의 신용리스크도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카드사 7곳의 올해 6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4조8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3조6404억원보다 3.5%(1조1922억원) 증가한 규모다. 월별 기준 올해 최고 규모였던 5월 말보다는 소폭(0.4%) 줄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급전' 수단으로 꼽히는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와 리볼빙 잔액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7개 카드사의 지난달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3278억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2위 수준이다. 리볼빙 잔액은 7조2614억원으로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최대 90%까지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시상환 부담을 덜 수 있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급전 창구로 꼽힌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은 급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도 상당하다. 카드사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7곳의 현금서비스 평균 수수료율은 17.45~18.41%(1분기 기준)이며, 리볼빙 평균 금리도 15.52~17.88%(5월 기준)다. 최고 수수료율은 모두 19%대 후반으로 법정 최고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카드사 대출 규모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고금리, 고물가로 가계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카드사 급전을 쓸 수밖에 없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같은 기조가 계속되면 금융 취약계층의 건전성 우려는 물론 카드사의 신용리스크도 커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같은 취약 차주들이 주로 이용하는 리볼빙, 현금서비스 잔액 규모가 커지면 연체율이 상승, 카드사 부실 위험까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연체율은 7개 카드사 중 현대카드(0.95%)를 제외한 나머지 6개사가 모두 1%대로 올라섰다.
올해 실적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는 내리막 일변도인 데다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등 지출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자금조달원인 여신전문금융채(AA+, 3년물) 금리는 여전히 4.2%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 2.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조달비용이 오른 셈이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도 있는 만큼 당분간 실적 부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올해는 실적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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