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인류 진화 열쇠 '직립 보행' 비밀 풀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
X-ray 사진 자료, 유전체 지도와 대조
인류 직립 보행 진화 유관 영역 찾아내

인류는 영장류 중에서 유일하게 두 발로만 걷는다. 이에 긴 다리와 짧은 팔, 작은 엉덩이를 특징으로 진화했다. 과연 왜 인류만 이렇게 신체가 발달했을까? 최근 과학자들이 인류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같이 독특한 골격 구조 진화의 비밀을 풀었다.


인체의 골격. 자료 이미지.

인체의 골격. 자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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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유전자ㆍ건강 정보를 모아 놓은 바이오뱅크(UK Biobank)를 통해 게놈 지도(genome-map) 및 전신 엑스레이 사진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인류의 골격 진화와 관련된 유전체 영역 지도를 완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약 3만1000명의 데이터를 모아 정확한 뼈의 길이를 측정해 분석했고, 유전체 지도와 대조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인체의 골격 비율 변화와 관련된 145개의 유전체 영역을 확인했다. 이 중 많은 것들은 그동안 골격 발달과 관련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45개는 단일 단백질 코딩 유전자와 중복됐다. 또 32개는 생쥐 실험에서 뼈가 부러졌을 때 비정상 골격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곳으로 확인된 바 있고, 4개는 인간의 희소골격질환과 연관된 곳이었다.


연구팀은 이어 참가자들의 여러 골격 비율을 조사해 유전체 지도와 함께 분석했다. 엉덩이 넓이-어깨 넓이, 팔뚝 길이와 키, 몸통-다리 길이, 사지 길이-몸통 길이 등의 비율을 측정해 유전체 지도와 대조해 본 것이다. 이 결과 이 골격의 비율들은 개별 유전체 영역과 연관돼 있었다. 사람별로 각자 다른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해 이같은 골격의 발달이 조율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인간이 팔보다 더 긴 다리를 가진 것은 직립 보행의 가장 큰 특징인데, 연구팀은 인류의 이같은 골격 구조를 담당한 유전체 영역이 다른 영장류들의 비슷한 영역과 다르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이같은 변화를 선택했기 때문에 긴 다리-짧은 팔이라는 골격 구조를 갖게 됐고, 직립 보행도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원시 인류가 더운 기후에서 적응하기 위해 직립 보행을 선택하게 됐다는 기존의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대사율과 체질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리 길이가 길어질수록 인체의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열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엉덩이ㆍ무릎 관절염, 한쪽 다리가 더 길거나 골반 크기 등과 관련된 유전체 영역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바오 시아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는 "더 세부적으로 각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체 요소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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