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의 퇴거를 요구하며 법원에 명도 소송을 낸 건물주가 패소했다. 수원지법 민사 7단독(김진만 판사)은 건물주 A씨가 박병화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구체적인 기각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A씨는 소장에서 임대차 계약 당시 박병화의 신상에 대해 아무런 고지도 없이 계약한 것은 기망에 의한 의사 표시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 사건 건물은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여m 떨어져 있고 초등학교와도 직선거리로 약 400m 떨어져 있다"며 "피고의 성범죄 전력을 미리 알았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건물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고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피고가 퇴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재산상 손해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계약 취소 또는 해지를 허용하는 것은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쇄성폭행범 박병화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원룸에서 지난해 11월1일 오전 정명근 화성시장과 인근 학교 학부모 및 주민들이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A씨 측 오도환 변호사는 이날 판결이 끝나고 "민사 소송이다 보니 소송을 제기한 개인이 얼마나 (금전적인) 피해를 봤는지 소명하는 것이 쟁점이었다"며 "이 사건 건물은 고가의 주거 지역이 아니고 임대료가 낮은 곳이다 보니 판사께서 이를 참작해 판결하신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A씨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박병화는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경기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의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박병화는 경기 화성시의 한 대학가에 있는 A씨 소유의 원룸에 입주했다. 현재 경찰은 박병화 주거지 주변에 지역 경찰 등 인력을 배치해 상시 경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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