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앗아간 산사태…비 멎어도 대비해야 하는 이유

토양함수율 높아져 적은 비에도 산사태 위험
22일부터 다시 전국에 장맛비

폭우가 내린 경북 지역에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피해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주말쯤 또다시 강한 비가 예보되면서 산사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랜 기간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져 있어서다.


18일 경북도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집중호우로 인한 경북도 내 인명피해는 ▲사망 21명 ▲실종 6명 ▲부상 17명이다.

특히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70대 부부 등 총 1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6명은 모두 예천 주민이다. 3명은 산사태에 매몰됐고 3명은 물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돼 이들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경북 봉화군과 영주시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각각 4명이 숨졌다.


문제는 남부지방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릴 전망이라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닷새째 호우특보가 발효된 충청권과 남부지방, 제주도에는 오는 19일까지 2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지난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이 산사태로 초토화된 채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이 산사태로 초토화된 채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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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18일 오후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제4호 태풍 탈림이 베트남 쪽으로 상륙할 전망인데 이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에 비가 계속 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고 전했다.


이후에는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 예정이지만 산사태에 대한 우려는 지우기 힘들다. 강한 비가 내린 이후라 이미 토양의 함수율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적은 양의 비로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2~3일가량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창우 국립산림과학원 산불 산사태 연구과장은 이날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비가 단시간에 많이 내리면 토양 내부에 빗물이 가득 차는데, 그러면 토양 내부의 무게는 무거워지고 토양과 암반의 경계 사이에 포화된 흙에 의해서 부력이 생겨서 마찰력은 떨어진다"며 "폭우에 의해서 토양 내에 물을 많이 머금게 되면 산사태가 발생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비가 소강상태가 되면 토양도 계속 물을 깊숙이 침투시켜서 다시 아래쪽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토양 내부의 지하 수위가 잠깐 줄어들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잠깐 줄었다 치더라도 다시 비구름대가 올라오고 있는데, 이미 처음 저장 용량보다 물이 어느 정도 차 있기 때문에 적은 비로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번 산사태가 난 지역에 추가 산사태가 날 가능성도 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YTN과 인터뷰에서 "산사태에 의해서 지반이 일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면 그 옆 부분은 안식각(각도가 안정된 각도)이 이미 더 높아져 있다"며 "그런 경우 추가로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산사태 피해 지역에는 행정당국과 소방, 경찰, 군의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비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는 오는 20~21일이 재해 복구와 구조 작업의 골든타임인데, 또다시 추가 산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오는 22일부터 전국이 다시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어갈 예정이다. 저기압을 동반한 정체전선이 다시 접근해오면서 전국에 또 한 번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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