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3사가 본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합병 대상·시기·방법·형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합병 대상과 비율, 시기 등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주가부터 오르고 있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셀트리온 경영진이 예상하는 범위를 초과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이 합병에 성공하면 특이한 분업 구조 탓에 불거진 일감몰아주기와 분식회계 논란은 해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 셀트리온제약이 국내 유통을 맡는 분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분업 구조와 지분 분포 등을 감안할 때 3사 합병은 우선 셀트리온이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하고, 이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는 순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합병 주간사를 선정하고 사업회사 간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조회공시 답변에서 "현재 사업회사 간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병 대상·시기·방법·형태에 대해서는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상장사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은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을 승인해야 합병할 수 있다. 각 회사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주주총회를 열기 전까지 합병계약서 작성과 이사회 결의 등의 과정이 있다. 합병 비율은 이사회의 합병 결의 하루 전과 일주일 전, 한달 전 주가를 가중평균해서 산정한다. 각 사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2개월 가중평균 종가, 1개월 가중평균 종가, 1주일 가중평균 종가의 산술평균을 근거로 결정한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 금액과 이에 대비한 자금 조달이 합병 성공의 열쇠"라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타주주 비율이 높은 편으로 주식매수청구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보유한 현금성 자산, 자사주 등을 재원으로 합병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경영진은 주식매수청구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경영진은 주주들의 찬성을 끌어내기 위해 합병 당위성과 앞으로 비전 등을 만들 것"이라면서도 "합병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부담은 커졌다"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최근 사흘 동안 각각 7.9%, 12.7% 상승했다.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합병을 결정하면 주식매수청구 가격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주식매수청구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합병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사례가 더러 있다. 과도한 현금 유출로 합병법인의 재무구조가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지난 3월 경영 복귀 기자간담회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받아주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된다"라고 밝혔다.
2019년 바이오기업 제넥신은 툴젠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일정 규모를 초과하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합병을 추진할 당시 제넥신과 툴젠은 각각 1300억원, 500억원 규모까지 주식을 매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 합쳐서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4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은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려 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한도를 넘어서면서 합병 계약을 해제했다. 당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을 되사달라고 각 사에 요구한 규모는 삼성중공업 9235억원, 삼성엔지니어링 7063억원이었다. 삼성그룹은 1조36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일 준비를 했지만, 총 1조6298억원에 이르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요구가 이어졌다.
상법상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가격은 주주와 회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게 돼 있다. 회사가 제시하는 가격에 반대하는 주주는 합병 무효 소송과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 등으로 주주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최근에는 소송으로 주식매수가격을 올리려는 소액주주가 늘고 있다.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등기를 마친 동원산업의 주식매수청구 가격이 너무 낮다며 일부 소액주주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합병 발표 직전의 시장 주가가 합병 전 동원산업 시장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는 동원산업이 사들인 23만8186원보다 비싼 25만3034원에 주식을 넘겼다.
셀트리온 3사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그룹 경영진 의지가 중요하다. 주식매수청구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합병 이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계획을 바탕으로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서 회장이 굳이 무리해서 합병을 추진해 얻는 실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소 복잡한 3사 간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이에 따른 회계 연계는 거버넌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해외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3사 합병에 따른 투명성 제고가 플러스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금성 자산을 합병 비용으로 사용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타 법인 인수합병(M&A)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자체 개발과 별도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합병 비율에 따라 서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여지는 있지만 현재 3사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 기대로 주가가 올라 서 회장 보유지분 가치가 커졌지만, 합병 이후 주가 흐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합병이란 이벤트가 끝난 이후 투자자들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판매 등 기업의 본질가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제품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2분기에는 3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분석했다. 내년 상반기 중 품목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위 연구원은 예상했다.
합병을 위해 주간사를 선정했지만 합병 관련 불확실성은 크다. 서 회장은 2020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주주들이 원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반대 의견이 많고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커진다면 합병은 미뤄질 여지가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