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을 전방위로 압박해오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법정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가운데, FTC의 규제 칼날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인공지능)’로 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FTC는 13일 오픈 AI에 20장짜리 공문을 보내 회사의 데이터 보안 관행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FTC는 오픈AI의 생성형 AI인 ‘챗GPT’가 실존 인물에 대한 허위정보를 개시해 개인에게 피해를 줬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FTC는 오픈 AI 측에 챗GPT를 교육하는 데 사용한 자료와 자료의 출처, 취득 방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WP는 "오픈 AI가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력한 규제 위협에 직면했다"며 그간 메타와 트위터 등 여러 빅테크에 규제의 칼을 겨눴다 패소하게 된 FTC가 이제는 AI 분야에도 칼을 겨눴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FTC의 이 같은 행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간 빅테크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에 나섰던 FTC의 수장 리나 칸 위원장이 빅테크 규제로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가운데, 오픈AI로 눈을 돌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지난 11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블리자드 인수 거래를 중단하도록 금리 명령을 내려달라는 FTC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법원은 지난 1월 FTC가 독과점 우려로 메타의 ‘위인 언리미티드’를 인수를 금지해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기각한 바 있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칸 위원장이 반독점 규제로 시장 논리를 저해하고 있다며 비난을 가하고 있다. 대럴 이사 하원의원은 "그는 (빅테크 기업의) 합벽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괴물’이라며 "합병은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좋은 합병이 아니라는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내세운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그의 리더십이 마치 "재앙"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FTC가 트위터를 조사 과정에서 연방 윤리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칸 위원장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는 이날 하원 법사위원에 출석해 "조사과정에서 관계자들과 윤리 규정에 대해 상의했으며 결정을 내릴 당시에도 권장 사항을 준수했다"고 항변했다.
칸 위원장은 2021년 FTC 위원장 자리에 오른 이후 반독점을 이유로 빅테크를 옥죄어 왔다. 그는 2017년 미 예일대 로스쿨 재학시절 당시 플랫폼 기업에 금산분리 규제 적용을 주장하는 논문으로 학계 안팎의 주목을 받은 바 있어, 취임 초기에만 해도 빅테크기업 저격수로서 큰 기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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