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을 수사한 2022년 9~10월께 구단 임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복원해 확인 작업을 했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파악됐다.
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은 성남FC 관계자는 13일 본지에 "조사 때 검찰이 사내 메신저 메시지를 삭제됐던 내용까지 살려서 증거자료로 제시하고 성남FC가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집한 과정 등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두산건설이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내게 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어봤다"라고도 했다. 두산건설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겸 성남FC 구단주로 일한 2016~2018년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주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재경 전 두산건설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성남FC 임직원들의 메신저 메시지를 복원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선 그간 검찰이 2022년 10월 성남FC 대표로 일한 곽선우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이 대표와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곽 변호사에게 성남FC 운영에 관해 지시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확보했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성남FC는 2014년 성남일화천마에서 시민구단으로 재창단된 후 직원들로 하여금 네이버 웨일(브라우저), 네이버 웍스(업무툴)를 쓰도록 하는 등 업무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2022년 9월 네이버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관련 자료를 확보, 서버에 저장된 메시지들을 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된 메시지들도 일부 복원했다고 한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확보한 임직원들의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들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를 구성하는 데 결정타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FC 임직원들이 메신저로 기업들의 광고 후원금 유치와 관련된 진행 상황과 결과, 각자의 의견 등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3자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했을 때 성립되는데, 이들 메시지는 '부정한 청탁', '공여 지시' 등 핵심 구성요건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앞으로 이어질 이 대표의 재판에서 해당 메시지 내용들을 증거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검찰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과 공소장 내용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공소장에 구체적 범죄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일부 증인의 조서 내용 전체와 사실관계를 반복해서 표출·기재하면서 재판부의 유죄 심증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유착관계가 이뤄졌고, 정치·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했기 때문에 공모 시기·장소를 모두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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