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기업 ARM이 오는 9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엔비디아를 앵커 투자자로 유치하기 위한 협의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ARM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등을 앵커 투자자(대규모 지분을 사들여 IPO 흥행을 유도하는 투자자)로 유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소프트뱅크가 ARM 상장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IPO 흥행 요소로 내세우기 위해 엔비디아의 투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미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엔비디아는 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90% 이상 급등,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 논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투자 참여만으로 ARM이 AI 관련주로 묶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ARM의 설계에 기반한 AI 용 차세대 슈퍼칩 '그레이스 호퍼'를 공개한 바 있다.
다만 투자 논의 과정에서 ARM 몸값에 대한 양측의 눈높이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어 논의가 최종 불발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ARM의 기업가치를 350억~4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ARM은 2배 수준인 80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ARM의 앵커 투자자로 유치하는 작업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ARM의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출 확대에 주력해왔다.
연내를 목표로 추진되던 ARM의 나스닥 상장 시점은 오는 9월로 좁혀졌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4월 미 나스닥거래소와 ARM의 나스닥 상장에 공식 합의한 바 있다.
ARM은 당초 미국·영국 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미국 증시가 투자자 기반이 더 탄탄하고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미 증시 단독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ARM이 미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2021년 말 상장한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시가총액 700억달러) 이후 최대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당초 2020년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달러에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되자 매각 대신 미국 증시에 상장시켜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앱 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