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건설사 GS건설이 부실시공 사태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4월 말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이 붕괴한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70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무엇보다 GS건설의 대표 브랜드 '자이'는 국내 아파트 브랜드 순위 경쟁에서 늘 최상위권을 다퉈왔는데,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GS건설은 예상치 못한 붕괴 사태에 따른 손실로 약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건설은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과 최근 한 달 사이에 주가가 35% 급락했다. 지난 10일 1만412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장중 한 때 1만337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GS건설 주가가 1만3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3년 4월1일(종가 기준 1만3963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잖아도 주택시장 침체 우려로 주가가 하락세를 타던 차에 이번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2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도 재빠른 손절매에 나섰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서만 GS건설 298억4300만원치를 내다 팔았다. 기관 전체로는 642억3400만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전체 종목 중 순매도 규모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이에 따라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약 1조8500억원이었던 GS건설 시가총액은 최근 1조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GS건설은 올해 2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GS건설은 지난 6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그리고 입주예정자 관련 비용을 감안해 약 5500억원을 올해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자금은 철거부터 신축 아파트 준공 때까지 약 5년 동안 분할해 투입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당초 GS건설에 대한 2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는 1700억원대였는데, 이번 손실 반영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3500억~4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GS건설이 분기 실적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것은 2014년 1분기 이후 약 9년 만이다.
문제는 붕괴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가 설계·감리·시공 등 전 과정에서의 총체적 부실에 따른 것으로 보고 GS건설이 시공 중인 83개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내달 중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문제가 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에서 32개 기둥에 필요한 철근(전단보강근)이 15개 밖에 적용되지 않았고,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했던 점이 확인된 만큼 다른 시공 현장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만약 부실시공 사례가 또 확인될 경우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역시 불가피하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GS건설에 대한 행정처분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유발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다만 법원이 회사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영업은 지속됐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 업체는 건설업 등록말소나 1년 이내 영업정지 처분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처분 수위에는 규정 위반 정도 및 고의성 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GS건설에 대한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투자의견도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한화투자증권은 전날 발표한 리포트에서 GS건설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3만1000원에서 절반 수준인 1만6000원으로 급격히 낮추고,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발적인 전면 재시공 결정과 대규모 손실 반영 공시에도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대규모 손실 반영의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의 어려움, 신용등급 하향, 재무 안정성 악화 등 가능성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GS건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불확실성이 원체 큰 상황인 탓에 별도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거 기간이 길어지는 데 따른 지체상금 추가, 기존 사업비 조달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자 비용 등의 보상금 지급 등 유무형의 손실이 더 생겨날 것"이라며 "재시공 결정에 따른 손실금액은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충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30% 내외 배당 성향을 유지해온 회사의 배당 정책 또한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 1~2위를 다투던 GS건설의 대표 브랜드 '자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이는 향후 수주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근을 빼먹는 등 과거에나 발생할 법한 부실시공이 최근 대형 건설사에 의해 발생한 데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순살 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따라붙기도 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아파트 브랜드 1위를 다투던 GS건설 자이에 오명이 씌워졌다며 "본격적으로 주택 익스포저를 확대하던 GS건설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의 경제적 해자가 흔들리게 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3만원의 절반 수준인 1만6000원으로 대폭 낮춰잡았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이어 이번 GS건설의 지하 주차장 부실시공 사태로 국내 주택사업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올해 하반기 분양물량 감소, 미분양 확대, 역전세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건설사들의 부동산 PF 리스크 우려도 여전하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GS건설뿐 아니라 건설경기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대 해외 현장에서의 대규모 손실로 건설업의 밸류에이션이 근본적으로 조정됐듯, 이번 이슈도 건설업 밸류에이션을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5배 내외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충당금만 아니었다면 GS건설의 2분기 실적에 긍정적 요인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크다. 지난 2분기 주택·건축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 늘었고, 주택 분양도 상반기 누적 6980세대를 기록하면서 연간 목표 대비 35%를 달성한 상황이었다. 2분기 예상 영업이익도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정됐고, 손실 비용 5500억원을 제외하면 2019년 이후 2분기 중 가장 좋은 성과를 기록할 예정이었다.
이 같은 점에 비춰 GS건설에 대해 아직 긍정적 평가를 유지한 곳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의 사태에도 지난 6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도 기존의 2만7000원을 유지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6조원 규모의 도시정비 수주 잔고, 양호한 분양실적, 자이S&D의 성공적인 중소형단지 건설업 진출 등이 ‘자이’브랜드에 기반하고 있기에 단기 비용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8월만 잘 넘기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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