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기구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질문을 받는 인공지능(AI)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주요 외신은 세계 최초 AI 로봇 기자회견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한 행사에서 9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데려다 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통신사는 '세계 최초 인간과 로봇의 기자회견'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로봇 공학의 능력과 한계를 보여주고, AI 기술이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왼쪽부터) 예술가 로봇 아이다, 에이든 멜러 프로젝트 매니저, 가수 로봇 데스데모나, 의료용 로봇 그레이스, 벤 괴첼 싱귤래러티넷 CEO, 인간과 가장 흡사한 AI 제미노이드. 연합뉴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공개한 로봇들은 간호사, 가수, 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소개됐다. 의료용 로봇 '그레이스'는 간호사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고, 데스데모나란 이름의 로봇은 록스타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로봇들은 제작자에게 반항할 생각이 있는지 등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했다. 한 로봇은 로봇이 인간보다 더 효율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으나, 인간의 직업을 빼앗거나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료용 로봇 그레이스를 개발한 싱귤래리티넷(SingularityNET)은 블록체인·AI 기반으로 홍콩에 설립한 기업이다. 벤 괴르첼이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AI 로봇 '소피아' 개발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AI 솔루션 토론' 플랫폼인 'AI for Good'에 따르면 벤 괴르첼은 196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1985년 영재들이 입학하는 학교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바드 대학을 졸업했다. 1988년 템플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뉴욕 시립대학교, 2001년 뉴멕시코대학교 등 미국,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수학, 컴퓨터 과학 및 인지 과학의 여러 학과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연구 영역은 인공 지능, 자연 언어 처리, 인지 과학, 기계 학습, 전산 금융, 생물 정보학, 가상 세계, 이론 물리학 등 여러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9월 한국을 찾은 벤 괴르첼은, 당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킨스타워에서 열린 '2016 성남산업융합전략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AI 산업혁명 등 변화할 미래사회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망하기도 했다.
초상화를 그리는 등 화가 로봇인 '아이다(Ai-Da)'를 개발한 에이든 멜러는 1998년 영국에서 '에이단 멜러 갤러리' 화랑을 열고 2019년 4월까지 운영하는 등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현재는 2019년 '아이다 로봇 프로젝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AI 연구진 약 30여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AI 개발은 영국 콘월 지방에 있는 로봇 회사인 '엔지니어드 아츠'가 담당했다. 아이다의 AI 부분은 옥스퍼드대 컴퓨터 AI 연구진이, 단색 소묘를 하는 로봇팔은 리즈대 전자전기공학부 학부생 살라헤딘 알 아브드와 지아드 아바스가 각각 개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로봇 '아이다'는 AI 규제 강화를 촉구한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상기시키며 "일부 종류의 AI는 규제돼야 한다는 게 AI 분야 많은 저명인사의 의견"이라면서 "이에 동의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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