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팔레스타인 난민촌 민간인을 향해 이틀간 무자비한 폭격을 가한 뒤 퇴각한 이스라엘군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6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의 제닌 난민촌에서 과도한 군사작전을 벌였다"며 "20여년 내 최대 규모인 이번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다치고 수천명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학교와 병원들, 수도와 전기 시설들이 파괴됐다"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부상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구호대원들의 응급 활동을 방해한 것에 대해서도 "테러를 포함해 민간인들을 향한 모든 폭력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압박했다. 유엔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이같이 강도높은 비판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스라엘에 국제법 준수하라며 자제력을 발휘해 필요한 경우에만 합당한 수준의 무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공습은 법을 집행하는 작전이 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점령군으로서 민간인들을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1만8000명이 거주하는 제닌 난민촌을 겨냥해 이스라엘군은 2000년 팔레스타인인 무장봉기(인티파다)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병력을 투입했다. 작전에는 군사용 불도저, 지상 병력뿐만 아니라 드론 미사일까지 동원됐다.
무자비한 폭격에 수많은 사상자와 피란민들이 속출했다. 약 250에어커(약 101만2000㎡)에 달하는 제닌 난민촌의 거리와 건물들이 파괴됐다. 유엔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13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120명을 넘어섰다. 피란민은 제닌 난민촌 전체 인구 중 약 4분의 1인 4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앞서 유엔 인권 전문가들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은)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법과 기준을 악질적으로 유린한 것이며 전쟁범죄"라고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인권, 피란민 권리, 성폭력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3명의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으로 영구 점령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 세력과 연대해 권좌로 돌아온 이후 이·팔 분쟁지역은 중동의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올 들어 서안지구를 비롯해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에서 이·팔 간 군사적 충돌로 1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는 등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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