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공식 경영 복귀를 앞두고 알리바바가 사업을 재편하고,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와 내수 부진, 미·중 갈등이라는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난 마윈의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직구 시장을 노리고 올해 물류와 마케팅에만 1000억원의 투자를 예고했고, 최근에는 산둥성·웨이하이·옌타이에 한국전용 물류센터 창고를 축구장 4개 크기(3만 이상)로 확장했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물류망을 통해 국내 시장 침투를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알리바바는 ▲타오바오·티몰 상거래 ▲글로벌 디지털 상업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지역서비스 ▲차이냐오스마트물류 ▲디지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등 전자상거래 부문을 6개 독립 사업그룹으로 나누는 대대적인 사업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티몰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에 대해 독자적인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창업자인 마윈의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마윈은 2020년 10월 핀테크 산업 규제를 비판한 뒤 미운털이 박혀, 정부의 집중적인 규제와 견제를 받아왔다. 마윈은 그 사이 경영권을 잃고 두문불출하다, 최근에서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규제당국이 알리바바에 역대 최대 규모인 182억280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했을 때의 명목은 ‘반독점법 위반’이었다. 알리바바 그룹 자체의 권력화와 내부적인 집중 권력을 해소하는 작업이 규제 당국으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6개 독립 사업그룹 중 핵심축은 ‘타오바오’와 ‘티몰’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매출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알리바바 그룹의 성장을 주도해 온 사업 분야이고,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다른 사업군에 역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사업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말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안팎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월 중국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12.7% 증가했지만, 전월치(18.4%)와 전망치(13.7%)를 모두 밑돌았다.
전자상거래와 함께 그간 알리바바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클라우드(알리윈) 사업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알리 클라우드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36% 수준으로 현지 1위지만, 최근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화웨이·텐센트·바이두 등 주요 기업의 클라우드 시장 진출에 따라 가격경쟁이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알리클라우드 매출은 245억5900만위안(약 4조4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3월 말에는 직원 7% 대상의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4월에는 클라우드 가격을 인하하며 치킨게임으로 향하는 양상이다.
물류 사업인 차이냐오 스마트 물류 분야와 어러마, A맵 등 배달 서비스 분야는 매출 비중이 각각 7%, 5% 수준이다. 두 분야 모두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 빠른 성장세를 담보하기 힘들다.
각 사업군의 성장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직구 부문은 알리바바 내에서 성장세가 기대되는 신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값이 싼 중국산 제품을 찾는 수요도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직구 분야는 비교적 전망이 밝다. 알리바바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라자다 등 글로벌 디지털 상업 그룹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8% 수준이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성장세가 빠르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한국 시장의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제3국으로의 진출 노하우를 쌓은 뒤, 이를 통해 직구 사업뿐 아니라 다른 사업군의 진입도 노려보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근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이미 진출시킨 유럽 지역에서 티몰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마이클 에번스 알리바바그룹 사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해외에 현지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티몰을 유럽에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그간 저렴하고 다양한 중국산 제품을 유럽에 판매하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해 쌓은 노하우로, 유럽 물건을 유럽에서 파는 ‘플랫폼’ 고유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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