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역대급 태양 흑점 발생…수년 내 '재난' 예고

태양이 지난 한 달 새 20여년 만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몇 년 안에 최고치를 찍은 후 강력한 태양 폭풍이 지구를 덮쳐 위성 손실 등 재난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DO위성(미국 NASA의 태양관측 전용위성)의 28일 흑점폭발 당시 태양관측 이미지

SDO위성(미국 NASA의 태양관측 전용위성)의 28일 흑점폭발 당시 태양관측 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

3일(현지 시각) 우주 기상 전문 매체 '스페이스 웨더'는 지난 6월 한 달간 태양 흑점(sunspot)이 163.4회나 발생했다고 전했다. 1990년대 후반 관측을 시작한 이후로 20여년 이래 최다 기록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최근 예보(최대치 월간 125회)를 훨씬 뛰어넘은 수치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앞으로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발생해 큰 피해가 날 수 있다. 태양 물리학자 케이스 스트롱은 지난 2일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 닷컴에 "2002년 9월 이래 월간 기준 가장 많은 태양 흑점이 발생했다"면서 "6월 한 달간 163.4회가 발생했는데, 이는 20여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태양 표면 온도는 약 5800K(켈빈·섭씨 약 6000도)다. 태양 흑점은 이중 상대적으로 온도가(4000~5000K) 낮아 검게 보이는 부분을 말한다. 자기장으로 인한 대류 방해로 발생한다. 태양 플레어 폭발과 코로나 대량 방출 등을 동반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장·태양 입자로 된 태양 폭풍이 발생해 지구까지 영향을 미친다. 실제 지난 2일에도 거대 흑점이 발생해 강력한 태양 플레어가 일어났고, 미국 서부, 태평양 전체에 걸쳐 무선 통신망이 일시적으로 두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서 대 최악의 사태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태양 활동은 앞으로 1~2년간 더 활발해져 2024~2025년쯤 최고조에 달할 예정인데, 그 여파로 1~2년 뒤인 2025~2026년 쯤 지구에 강력한 태양 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리먼 NASA 연구원은 "가장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인한) 영향은 최고조가 지난 후인 2025~2026년에 (지구에) 미치게 될 것"이라며 "태양의 극이 11년마다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양풍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입자는 지구 공기와 부딪혀 오로라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 네트워크나 지표상 전파 통신망을 일시 두절시키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2003년 강력한 태양 폭풍이 덮친 후 세계 각국의 위성 운영자들이 수백개의 위성을 '분실'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지구 대기권 최상층부에서 공기 밀도가 증가하면서 위성들이 제자리를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이곳엔 원래 매우 희박한 대기층이 존재하지만 태양풍과 상호 작용해 부풀어 오른다. 위성들이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은 항력과 저항에 부딪혀 원래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주쓰레기ㆍ위성 숫자가 급증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강력한 태양풍으로 위성ㆍ우주쓰레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게 되면 미리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회피 기동 등도 불가능하다. 지구 궤도가 '혼돈(chaos)'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미 스페이스X사는 지난해 2월 스타링크 위성 40기를 발사했다가 태양풍 때문에 모두 손실 당하는 불상사를 겪었다. 예상보다 강력한 대기 저항으로 인해 궤도에 올리지 못하고 추락했기 때문이다. 유럽우주청(ESA)도 지난해 지구 자기장 관측을 위한 위성 3기를 발사했다가 비슷한 이유로 모두 손실하고 말았다.


이와 함께 강력한 태양 방사선은 위성의 전자 회로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위성항법장치(GPS)의 신호를 방해하기도 한다. 지상 전력망·통신망이 두절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양 폭풍은 1859년 발생했다. 당시 전신국 직원들은 기계에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했고, 유럽ㆍ북미 지역에 걸쳐 전보 서비스가 며칠 동안이나 중단되는 등 큰 피해를 보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