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한 최종보고서를 일본 측에 전달하면서 방류에 대한 일본의 최종 결정만 남게 됐다. 이 보고서는 ‘방류가 적정하다’고 밝힌 중간보고서와 같은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아, "올해 여름 방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본 내 여론이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일본 정부의 결정에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최종보고서를 전달한다. 이날 오후 4시50분에는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오염수’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다.
이 보고서는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정할 자료로 활용된다. 최종보고서에는 오염수 바다 방류의 안전성과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대응 타당성, 시료 조사 결과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다만 지난달 1일 발표된 중간보고서에 방류계획이 적절하다고 명시된 만큼 이번 보고서에도 같은 의견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방류의 근거가 될 보고서가 나옴에 따라 방류시점을 신속하게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본의 방류 결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점차 커지고 있는 반대 여론이다.
일본 JNN방송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18세 이상 시민 1207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찬성하는 비율은 45%로, 반대(40%)보다 5%포인트 높은 데 그쳤다. 앞서 다른 매체가 진행한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찬성 여론은 크게 줄고 반대 여론이 커졌다. 지난달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0%가 찬성했고, 30%가 반대했다.
후쿠시마 지역 어민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 연합회는 지난 3일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결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자국 내 반대 의견이 확산하면서 일본 정부는 주변국들의 반응에도 날을 세우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22일 "사실무근인 무책임한 가짜 정보 유포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외무성이 중국에 데이터를 근거로 (안전성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할 기회를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과 중국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린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의 야권이 오염수 방류를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언론은 이같은 허위사실이 퍼지면서 한국 내에서 소금 사재기 열풍까지 벌어졌다며 가짜 정보 확산을 막는 외교전을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방류에 대한 일본 내외의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방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의 이해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수 방류) 처분을 이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민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정중하게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며 정부 차원에서 안전성 문제와 낭설 확산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방류 계획 자체를 전면 철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3일 "방출 시기는 올 여름이 적합할 것으로 보이며 이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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