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성범죄]②15세 여중생 오픈채팅방에 "성인인데 OO 볼래?"

성범죄 연결될 수 있는 발언들 가득
"피해자 신고 독려, 2차 피해 막아야"

"30살 남성. ㄲ추(남자 성기)볼래?", "성인인데 대화 괜찮아?"

카카오톡에 #15세 #여자 해시태그 오픈채팅방이 열리자마자 들어온 익명 남성이 채팅창에 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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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2일까지 20일 동안 15세 여중생 명의로 개설된 1:1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관찰했다. 오픈채팅방 해시태그는 #15세 #미성년자 #여자 #대화할사람 등이었다. 하루에 두 명꼴, 총 41명이 대화를 걸었다. 개설 첫날인 지난달 13일에는 8명이 대화를 걸었다. 대화를 건 상대는 건전한 관계 형성 목적의 또래 학생들도 많았지만 성인 남성도 상당수였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서비스는 전화번호나 카카오톡ID 노출 없이 링크를 통해 익명의 다수와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원래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오픈프로필이나 익명프로필을 생성해 이용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나의 주제로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기도 한다.


익명성에 기대어 편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어른도 있었다. 오픈채팅방을 열자마자 들어온 이용자는 본인을 19세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이 남성은 몇 마디 나누지도 않고서 대뜸 "우리 집에 놀러 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남성은 오픈채팅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성인이고 야한 것을 좋아한다"며 말을 걸었다. 28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이용자는 "당신과 사귀고 싶다", "아이디가 무엇이냐"는 등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오랜 기간 답장이 없자 이 남성은 톡방에서 나갔다 들어왔는지 이번에는 "하이, 나는 29살"이라며 본인을 다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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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올해 3월 발표한 '2021년 아동·청소년 범죄 피해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범죄 피해 중 성희롱의 경우 다른 범죄와 다르게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비율이 24.6%로 높았다. 연구원은 성희롱의 경우 온라인에서 당한 비율이 높다는 사실과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성희롱이 발생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카카오톡과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는 3위(19.1%)를 차지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눈 이용자 중에는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말을 건 경우도 있었다.

SNS 역시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이용자 중에는 자신의 신체 부위를 노출한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고, 또 다른 이용자들은 리트윗하면서 재생산했다. 아예 사진과 영상의 가격을 수위에 따라 정해놓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학부모는 “작은 화면 속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며 “최근에는 온라인에서도 인간관계를 형성해서 직접 만나기도 하니까 늘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희진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팀장은 "신고를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도록 2차 피해 방지 및 예방 교육 진행이 필요하다"며 "청소년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너도 촬영했잖아, 보냈잖아'라고 협박하면 겁을 먹고 증거가 되는 사진·영상을 삭제해버리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이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 애플리케이션 기업이 가해자 계정 삭제 조치로 끝내지 말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신고 의무를 줘 수사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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