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달 야심 차게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생산량을 당초 목표치의 절반 이하로 크게 줄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돈 500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가격에 흥행 실패 가능성이 점쳐진 상황에서 공급망 문제까지 겹치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의 한 주요 외신은 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비전 프로 출시 이후 첫 12개월간 1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이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핵심 파트너사인 중국 럭스쉐어 내 소식통은 2024년에 40만대 수준으로 비전 프로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럭스쉐어는 현재 비전 프로의 유일한 조립 업체로 전해진다. 또 다른 중국 측 비전 프로 부품 공급 업체에서는 애플이 비전 프로 출시 첫해에 13만~15만개 정도 생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 5일 비전 프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애플은 이날 프로토타입 비전 프로를 공개했지만, 대중을 상대로 한 판매는 내년 초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애플이 비전 프로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보다는 생산과 관련한 공급망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애플은 비전 프로에 탑재하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대중에 처음 공개된 비전 프로에 탑재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는 일본 소니와 대만 TSMC가 공급했는데, 현재 수율 측면에서 애플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 컨설팅 업체인 D/D어드바이저의 제이 골드버그 창업자는 "대부분은 정상적인 성장통"이라면서 "이(비전 프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복잡한 소비자 전자 기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애플이 비전 프로에 많은 기술이 들어가고 그러한 점 때문에 대량 생산으로 가는 데 시일이 다소 걸릴 거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애플은 판매 첫해에 돈을 벌지 못할 거란 걸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디스플레이 생산에 참여 중인 소니도 관련 부품 생산량 확대에 신중한 모습이다. 테루시 시미즈 소니 반도체 사업부 담당은 최근 한 행사에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증가할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다만 이미지센서처럼 (생산에) 공격적일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4년 처음 공개된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으로 개발자들이 7년 넘게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기 가격이 3500달러(약 460만원)로 높아 흥행 가능성은 불투명한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아왔다.
먼저 헤드셋 시장에 뛰어든 메타플랫폼은 지난해 10월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2와 퀘스트 프로를 각각 499.99달러, 1499.99달러에 출시한 뒤 이후 가격 인하까지 한 상태다. 최근에는 월 8달러에 자사 VR 헤드셋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까지 출시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헤드셋을 내놓기 전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비교적 가격이 낮은 차세대 헤드셋 개발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전 프로 2세대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드셋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대신 미니 LED 등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지만, 아직 애플은 프로가 아닌 헤드셋에도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의 애플 전문기자인 마크 거먼도 최근 애플이 비전 프로 2세대를 고가형과 저가형, 2가지 버전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가 최근 상승세를 보여온 애플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애플은 지난달 30일 193.97달러에 장을 마감, 전일 대비 2.31% 상승했다. 같은 날 애플은 종가 기준으로 처음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시총이 4조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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